[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계가 비상계엄사태와 탄핵정국 속에서 정부의 탄압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의대교수 단체는 도심 곳곳서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퇴진과 의대정원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등의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8일 오후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주관으로 열린 '전국의대교수 시국선언대회'서 전의비 최창민 위원장은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최창민 위원장은 "윤석열은 지난 3일 헌정질서를 무시하고 특수부대를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라고 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에 대한 불법 체포와 연행을 기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은 망각한 채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을 탄핵하지 않고 비호했다"고 비판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후속 조처로 발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5항을 두고 "계엄령 포고령에는 파업도 하지 않은 사직한 전공의를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윤석열이 전공의를 바라본 시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병원을 떠날 때 병원에 기동대가 출동하고 경찰은 전공의 대표들의 통신 내역을 조회했다. 다양한 행정명령으로 전공의들을 겁박했다"며 이때부터 사실상 전공의들은 계엄 치하였다고 짚었다.
아울러, "윤석열의 주술적 믿음과 처단돼야 할 의사들에 대한 증오로 시작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으로 입건된 학생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학장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윤석열과 장상윤, 이주호가 시키는 대로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교육이 불가능한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각종 편법을 동원해 의과대학을 망가뜨렸다"고 언급했다.
이에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과 일당들은 당장 탄핵 및 구속돼야 한다"며 "불법적인 의대 증원과 의료개악, 교육 현장을 황폐화시킨 장상윤, 이주호, 조규홍, 박민수는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의대 증원, 의료개악 정책들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사직 전공의들도 도심으로 모였다. '젊은 의사의 의료계엄 규탄 집회'가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 우병준씨는 이번 집회의 목적을 두 가지라고 밝혔다. 하나는 교육 농단, 의료 농단의 과정이 비상계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며, 두번째는 '처단'이란 단어를 쓰는 정부로부터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료인의 신변의 안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병준씨는 "12월 3일 비상계엄이 있기 훨씬 전 지난 2월부터 대한민국 교육, 대한민국 의료에 대해서는 사실상 계엄이 선포된 바나 다름없었다. 이번 비상계엄은 법에 명시된 전제조건을 무시했고, 제대로 된 국무회의조차 거치지 않았다. 졸속 의대 증원 발표 또한 명백한 고등교육법 위반이었으며, 논의 과정에 대한 회의록조차 찾아볼 수 없다. 즉 둘 다 원천 무효"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은 국회에 그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의대 증원의 원칙에 대해서 국민은 단 한 번도 사전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계엄군은 국회의사당을 급습해 입법부의 견제를 봉쇄하려 들었다.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는 젊은 의사를 상대로 유례없는 행정명령들을 쏟아내고 공권력을 동원해 인권을 유린했다. 교육부 역시 유일한 견제 수단인 의평원 인증마저 무력화시키려 들었다. 계엄이 무력화된 뒤에도 의료정책의 실패가 드러난 후에도 책임자들은 과오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24년 2월부터 대한민국은 이미 계엄 상태였다"며 "교육 농단, 의료계엄은 원천 무효다. 즉시 무력화돼야 한다. 의대 증원, 필수 의료 패키지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우병준씨는 계엄사령부 포고문 제5항을 지적하며, "특정 직역을 대상으로 임의 처단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과거의 계엄령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해괴한 발상"이라며 "대한민국에는 파업 중인 전공의도,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도 없다. 개인의 자유에 따라 사직을 했거나 직장을 옮겨 근무를 지속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헌법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헌정질서가 확립되고 젊은 의사의 인권이 지켜질 때까지 나는 전공의 모집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계엄사령부 포고문 제5항을 누가 작성하도록 지시했는지, 어떻게 이런 끔찍한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책임자를 엄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특정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탄압받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그 일환으로 의료인에 대한 부당한 명령의 근거로 거론되는 의료법 제59조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법 제59조는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또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으며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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