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보험사가 적법하게 발급된 의사의 진단서 및 수술시행 등을 두고 소명을 요구하는 사례 등 의사의 진료권 침해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민간보험사의 진료권 침해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과 현장 적용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민간보험사의 의사 진료권 침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비급여·실손보험 정책 추진 시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비급여와 실손보험 경계를 명확히 하고, 보험금 지급 분쟁 발생 시 의사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18일 의료정책연구원에서 공개한 '실손의료보험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 입장에서 실손의료보험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민간 보험사의 진료권 침해'(20.1%가 )를 꼽았다. 환자의 요구로 인한 진료권 침해도 14.8%로 그 뒤를 이었다.
의정연은 실손의료보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방안 중 의료공급자 측면에서는 의사의 진료권 보장을 위해 ▲비급여 항목 진료에 대한 의사의 자율성 인정 ▲보험사와 가입자로부터 의사의 진료권 침해 방지 방안 마련(담당 의사의 진료권 인정 강화, 적법하게 발급된 담당 의사 진단서에 대한 보험사의 소명 요구 금지, 가입자의 보험 보장 가능 진단서 요구 금지 및 보장 여부 질의 금지 방안 마련) ▲의료인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 시스템 및 비급여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제안했다.
특히 실손보험사의 진료권 침해 현상은 개원가에서는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그 정도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좌훈정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정연 보고서에서 제안하고 있는 실손보험사로부터 의사의 진료권 보장을 위한 개선방안이 충분하지는 않아도 의사의 소신진료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진료현장에서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일단, 가입자(환자)에게 보험금(진료비)을 지급한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반환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부지급(지급 거절이나 보류 등)을 하고, 의료기관에 관련 서류나 의학적 근거를 요구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침해 케이스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 실손보험 1, 2세대 가입자들에게 4세대 실손보험으로 바꾸라고 연락을 하는 것이다. 즉 보험료가 적은 것으로 갈아타라고 하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료가 약간 줄어들진 몰라도 보장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심하게 말하면 가입자들을 속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보장내용뿐만 아니라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갱신주기가 줄어들고 의료 이용이 많을 경우 재가입이 거절될 수 있기 때문에 금융 당국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규제를 해야 하지만 방조하고 있다는 게 좌훈정 회장의 설명이다.
좌훈정 회장은 "환자가 아플 때 보장을 받자고 보험에 가입해서 비싼 보험료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보장을 받아야 할 때 제대로 못 받게 된다면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의사들의 진료가 제한되는 건 그 다음 문제다"라고 환자 피해를 우려했다.
보험사의 의사 진료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보험체계를 조금씩 손보는 정도를 넘어 '틀' 자체를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양수 미래의료포럼 정책위원장은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응급실에 갔을 경우, 환자들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는 것이다. 진료받기 전에 보험이 적용되는지 묻기 위해서다. 만약에 보험회사에서 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했는데 진료를 받는다면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경우도 환자가 사보험을 사용하면, 공보험을 아예 적용을 안 해 준다. 호주 같은 경우는 사보험을 사용하면 공보험 보장률을 확 떨어뜨린다. 결국, 공보험과 사보험을 연결해서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한국은 일단 환자가 진료 받고 나서 보험회사에 물어본다. 보험회사에서 적용이 안 된다고 하고서는 환자한테 패널티를 주는 게 아니라 의료기관에 지급을 안 해 버리는 그런 구조"라며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의사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즉, 진료비 지급에 대한 분쟁이 생기면 의사가 아니라 사보험의 계약 당사자인 환자와 보험회사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양수 위원장은 "보험사가 진료에 대해 침해를 하지 않게 한다는 의미는 의사가 진료한 것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본다"며 "이러한 진료권 침해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시 현장 의사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또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공보험과 사보험을 엄격하게 분리해 현재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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