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올해도 의료계에는 여러 사건과 판결들로 논란과 우려, 대처방안 등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중 항구토제 '맥페란' 사건, 36주 태아살인사건, 간호사 골수채취 허용 판결을 다시 한번 주목해본다.
◆ 맥페란 사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
먼저, 항구토제 '맥페란(메토클로프라미드, 舊멕소롱) 사건은 영양제주사를 맞으러 내원한 80대 파킨슨병 환자가 속이 메스껍고 구토 증상을 호소함에 따라 의사가 항구토제 맥페란 주사를 영양제와 함께 투여 후 귀가한 환자가 전신 쇠약, 발음 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형사 고발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창원지법 형사 3-2부는 의사가 환자병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약물을 투약하면서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의사에서 한순간에 전과자가 된 것이다.
의료계는 이 사건 판결에 대해 의사가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인해 벌어진 일임에도 벌금도 아닌 징역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KMDS)는 이 사건 판결을 두고, 성명서를 통해 "맥페란은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파킨슨 증상 악화 확률이 현저히 낮다"고 밝혔다. 또한 이외 수많은 약물 역시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키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면 이러한 약물들의 투여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로 인해 의사들의 방어 진료 및 고위험 환자에 대한 진료 회피를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을 우려했다.
의료계는 맥페란 주사제를 어느 병원에서든 처방할 수 있는 만큼 제2의 맥페란사건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성하다는 것이다. 이에 병원 및 약국에서 전자처방을 할 때 중복 처방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Drug Utillization Review)에 파킨슨병 치료제를 맥페란 병용 금기 약물로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요구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식약처에 파킨슨병 치료제를 맥페란 병용 금기 약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식약처도 이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36주 태아 낙태'는 의학적 '살인'
'36주 아기 낙태' 사건은 지난 6월 27일, 36주된 태아의 낙태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건의 유튜버와 낙태수술을 진행한 병원장 등을 살인혐의로 경찰에 의뢰했다.
공개된 영상은 조작된 부분이 없고, 해당 유튜버도 경찰 조사에서 낙태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낙태관련 처벌규정이 없어 낙태로 인한 처벌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사건을 두고 의료윤리연구회는 성명서를 내고 "의학적으로 '임신 36주' 태아는 당장 태어나도 독자 생존에 별 문제가 없을 시기다. 독립적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이름 모를 태아의 생명을 앗아간 행위는 분명 의학적 범주에서는 '살인'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럼에도 경악할만한 '태아 살인 브이로그'가 천연덕스럽게 대중에 전파되고, 반인륜적 행위조차도 모호한 현행법과 입법공백으로 인해 무죄가 될 수 있다"며 "국회는 조속히 낙태법 제정을 통해 생명윤리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사건을 두고, 정부와 국회의 직무 유기로 초래된 낙태법 공백이 불러온 참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영상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여성에게 낙태 수술을 실시한 모 회원을 지난 8월 13일 상임이사회 의결을 통해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심의에 회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12월 6일 의협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은 낙태죄 폐지 이후 지속된 입법 공백과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 생명권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지역별 '임신중절 상담·시술 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 전문간호사의 '골수천자행위', 원심 뒤집고 파기 환송
간호법 통과 이후 대법원이 전문간호사의 골수천자행위에 대한 원심판결을 뒤집고 파기환송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의료계에 논란을 불러왔다. 의사와 전문간호사간 입장차가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해당 사건은 2018년 병원과 의사가 간호사에게 골수검사를 위임한 것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12월 12일 해당 사건의 원심에서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결정을 파기하고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무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의협은 해당 판결에 대해 "(골수천자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료행위이므로 마땅히 의사만이 수행해야 안전이 보장되는 침습적 의료행위"라며 "전문간호사라 할지라도 한 분야에 특정된 '간호사' 자격을 부여받았을 뿐,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8월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의료전문지식이 없는 법원에서 의학적 판단이 아닌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음을 극히 우려하고 있었다. 이 판결 또한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인 간 면허범위의 근간을 해치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자행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고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의료 현장과 의료법의 간극을 좁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며, 간호법 시행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문간호사협회 최수정 회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올해 초에 발표된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지침에 보면, 일반 간호사나 전담간호사는 안 되지만 전문간호사의 경우에는 골수천자, 복수천자, 뇌척수액 천자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아마도 이 시범사업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즉, 이미 가능하다고 명시가 돼 있기 때문에 시행했는데 법원에서 안 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간호법 하위법령에도 이 같은 내용이 업무범위에 반영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간호법의 진료지원 업무 내용과 범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운영 중인 자문단에서도 이번 법원 판결이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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