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위탁개발생산(CDMO)은 올 한 해 제약·바이오 산업을 아우르는 단어 중 하나로 꼽힌다. CDMO 사업 진출 및 확대가 두드러진 상황이 관련 내용을 설명한다. 정부와 국회는 활기를 띄는 CDMO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법안 제정에 나섰다.
국내 제약사 중 올해 CDMO 사업에 진출한 업체는 '휴온스'다. 지난달 휴온스는 바이오의약품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팬젠' 지분을 인수했다. 휴온스가 143억원을 투입해 팬젠 최대주주로 올라선 목적은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 및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데 있다.
팬젠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GMP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세포주 개발 원천기술 '팬젠 CHO-TECH' 및 제품화 역량을 갖췄다. 휴온스 관계자는 팬젠이 휴온스글로벌 자회사 휴온스랩과 맺은 위수탁 계약을 사례로 팬젠 역할을 설명했다.
휴온스랩은 팬젠에서 생산한 원료의약품(DS)을 기반으로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간유래 히알루로니다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이는 그간 위탁생산(CMO) 사업을 진행한 휴온스가 CDMO 자회사를 통해 그룹사 시너지를 어떻게 끌어낼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 보령·셀트리온, CDMO 사업 강화…해외 시장 공략 나서
'보령'은 세포독성 항암제 CDMO 사업을 강화했다. 이달 초 보령과 대만 제약회사 로터스는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은 해당 계약에 따라 유럽연합 제조·품질관리기준(EU GMP) 인증을 받은 예산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해외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오리지널 항암제를 인수한 보령이 생산 내재화를 거친 후 해외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첫 번째 사례다. 보령은 CDMO 계약으로 글로벌 수준 제조 역량과 신뢰성을 확인했다며, 해외 시장 공략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보령이 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본격화한 시점은 약 22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보령 예산공장은 연간 최소 600만 Vial(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는 항암주사제 시설로 EU GMP 인증을 받았다. 보령 자료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생산 모듈화로 생산량을 5배 이상 늘릴 수 있다.
CDMO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보령은 사업 자금도 마련했다. 지난달 보령은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175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일부는 위탁개발생산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쓰일 예정이다.
같은 시기 '셀트리온'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수요 확대, 국내외 시장에서 지속적인 CDMO 위탁 요청에 따라 CDMO 전문기업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이하 바이오솔루션스)'를 출범했다. 바이오솔루션스는 셀트리온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셀트리온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솔루션스는 신약 후보물질 선별부터 세포주 및 공정 개발, 임상시험 계획, 허가 서류 작성, 상업 생산까지 의약품 개발 전(全) 주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생산 분야, 지역별 고객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2년에 아시아 최초로 CMO 사업을 시작해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항체 의약품 개발·임상·허가·생산 전 단계에 걸쳐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중 한국에 바이오솔루션스 공장을 건설하며, 한국·미국·유럽·인도 등 국내외 거점에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내년에 항체 기반 위탁개발(CDO) 및 임상수탁(CRO) 서비스를 본격화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솔루션스는 2028년부터 위탁생산(CMO) 상업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서 회장은 해당 연도에 모달리티 종합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외부 고객사 및 내부 그룹사 수탁을 통해 안정적 수요를 확보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CDMO 기업 지원법 필요성↑…정부·국회, 공감대 형성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를 돕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일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 따라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을 지원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중이다.
지난 3월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와 관련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과 간담회 열고, 바이오의약품 CDMO 업체 지원 및 수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오 처장은 업계가 끌고 식약처가 밀어주면 머지않은 미래에 국내 업체가 생산한 제품이 해외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간담회에서 도출한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바이오의약품 정책 방향에 반영하겠다며, 식약처가 국내 기업이 바이오의약품 CDMO 분야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도록 바이오의약품 수출 증대를 위한 규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식약처는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을 지원하는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이달 초 신준수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을 거쳐 해당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고, 내년에 법안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여야 국회의원은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해당 법안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위탁개발생산 기업 육성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게 더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시행한 후 일본이나 인도가 CDMO에 돈을 쏟아붓는 경우, 한국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어렵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대기업이나 벤처를 아우를 수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의원 발언과 맥이 닿는 의견을 내놨다. 한 의원은 생물보안법 통과 시 국내 기업에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CDMO 기업을 지원하는) 법적 기반이 없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안 제정을 발판 삼아 국내 위탁개발생산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길 바란다면서, 식약처가 적극적인 정책 마련, 규제 완화로 민간 기업을 뒷받침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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