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역할재정립, 보상개선 절실”…정부 “방안 모색 中”

13일 '국민건강증진과 환자 진료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 개최
알코올·척추·신경과 전문병원장, 현실적 병원운영의 어려움 토로
분류기준, 수도권 쏠림, 평가지표, 낮은 수가 등 개선 촉구
복지부·심평원, 전문병원 보상체계 개선 논의 본격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1-14 05:56

​​​​​(왼쪽, 상단부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정신 사무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자원실 전문병원지정부 조진숙 부장, 국회 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연구관, 해븐리병원 이은아 병원장, 강북연세병원 최유왕 병원장, 아주편한병원 정재훈 병원장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문병원이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역할 재정립과 보상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코올, 척추·관절, 신경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병원 운영자들은 의료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인프라 확충과 지정 요건 완화,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통해 의료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민건강증진과 환자 진료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병원자들은 각 전문병원을 운영하면서 부딪히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주제별 자유토론의 첫 토론자로 나선 알코올 전문병원 아주편한병원 정재훈 병원장은 "알코올 전문병원은 말 그대로 알코올과 관련된 정신과적인 질환을 치료하는 전문 병원이다. 알코올 중독 환자 1명을 치료하는 것이 조현병이나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 에너지보다 약 5배에서 10배 정도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분야가 알코올중독이고 더 기피하는 분야가 약물중독이다. 또 24시간 응급당직시스템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그래서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특히 건강보험 보다는 의료급여 환자들이 많다보니 기초의료보장과도 연결이 된다. 그래서 우선은 의료급여 환자 문제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평균적으로 전문병원의 타 지역은 약 10% 정도가 의료급여 환자인데 알코올 전문병원은 평균 약 50% 정도가 의료급여 환자다. 문제는 전문병원 관련 인센티브 제도에 건강보험 환자만 해당되고 의료급여 환자는 제외되고 있다. 때문에 전문병원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100% 에너지를 쏟아야 되는데 보상은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독수가의 경우, 외국은 중독질환을 중증질환으로 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가산시스템이 이뤄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없다. 적어도 알코올 전문병원에 대해서는 이런 중독 질환에 대한 가산수가가 부분적으로라도 적용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척추·관절 전문병원 강북연세병원 최유왕 병원장은 "관절·척추 분야는 환자가 많다. 급격한 고령화사회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보러오고 온다. 이로 인해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도 가장 많고, 지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관절척추 분야를 지향하는 병원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노원구 및 중랑구에 전문병원은 1곳임에도 주변에 관절척추를 지향하는 병원이 약 12~13개에 이른다. 또 매년 한 두 개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속에서 전문병원으로서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정당한 수가를 받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전문병원으로서 보상강화를 통해 전문의가 있는 일반병원과의 차별적인 유인원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신경과전문병원 해븐리병원 이은아 병원장은 신경과 전문병원 확대를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정요건 완화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은아 병원장은 "국내에는 신경과 전문병원이 해븐리병원 1곳 뿐이다. 그 이유는 전문병원으로서 지정받기가 어렵다는 점과 병원 운영상 이점이 별로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연구관은 "의료전달체계 재편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기능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전문병원의 기능 및 위상강화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전문병원이 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분류기준, 낮은 수가, 지역별 고른 분포, 평가지표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복지부·심평원, 전문병원 보상체계 개선 논의 

이처럼 전문병원 지정 기준과 역할, 향후 방향성 등에 대한 개선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에 맞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도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의료전달체계가 기능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이러한 체제 안에서의 전문병원 역할의 새로운 평가기준, 보상체계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자원실 전문병원지정부 조진숙 부장은 "전문병원 지정 기준은 진료과목, 환자 당 전문의 수, 고난위 질병을 얼마나 많이 진료하고 있는지, 의료기관 인증을 받고 있는지 등을 지정기준으로 보고 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면 월별로 매번 재평가 기준에 대해 살펴보고, 1년에 한 번씩은 의료의 질을 포함해서 다시 한 번 해당 기관들이 적정한 수준의 질을 유지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점검을 통해 전문병원이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적어도 일부 특정 질환에 있어서는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에 준하는 진료수준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진료데이터를 봐도 알 수 있다. 예전에 상종에서 진료했던 일부 질병군을 이제는 거의 상종에서는 진료하지 않고 전문병원에서 주로 진료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병원은 의료법에서 특정질환 또는 진료과목에서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하는 기관이라고 지정하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의만으로는 역할이 명확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이번에 심평원에서 '전문병원 개선방안 연구'를 진행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심평원은 전문병원의 향후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논의했으며, 목적형 유형을 ▲저출산 ▲고령화 ▲특수외상 ▲의료용 개선 ▲심뇌혈관 ▲정신 등 6개 분야로 분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후 지정기준도 7개 기준으로 했는데 일부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고, 일부는 너무 진입 장벽이 낮춰지면서 전문병원이 그동안 유지했던 의료 질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분야별로 지정기준을 어떻게 개선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진숙 부장은 "전문병원에 대해 토론자들이 말한 정형외과 중심으로 질환 편중이나 지역적으로 수도권 쏠림 문제, 낮은 보상 등에 대해서 심평원과 복지부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 또 평가지표와 관련해서는 정량 부분에 중점이 된 부분은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진료협력체계를 통한 진료결과 중심의 평가지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아마 연내에는 어느 정도 평가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정신 사무관은 "토론회를 통해 도출된 문제점이나 건의사항 등을 심평원과 함께 논의해 제도 개선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하겠다. 이번 토론회 중 나왔던 알코올 전문병원 환자 중 의료급여환자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많은 상황을 반영한 수가체계 개선 요청의 경우, 그동안 이 부분을 기초의료보장과와 계속 상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법적 문제, 의료급여에 대한 포괄수가 부분에 가산되는 수가 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고, 전문병원협회와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인구구조변화 등을 반영한 전문병원 지정과 분류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분명히 맞는 부분이다. 보상체계문제는 가장 중요한 부분 같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지적된 사항들을 고려해서 제도개선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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