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날개짓이 큰 변화를"‥성소수자 의료에 힘 모으는 의사들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걱정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의료계 합심
연구회 발족부터 국내 성확정수술 전문가 강동성심병원에서 활약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2-13 12:0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국에서도 '성소수자'의 의료 접근성이 개선돼야 한다는 움직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의료진이 직접 나서 연구 모임을 결성하고, 전문센터를 설립하며 성소수자 의료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는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걱정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료계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최근 성소수자 의료를 연구하는 모임이 공식적인 연구회로 발족했고, 성확정수술 전문가들이 성소수자를 위한 전문센터에 모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계 전반에서 성소수자 건강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소수자는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신체적 특성이 사회적 소수자로 분류되는 이들을 의미한다.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동성애자, 무성애자, 간성, 제3의 성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는 국내에서 오랫동안 정보 부족과 무관심 속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2019년, 성소수자 의료에 관심을 가진 의료진이 소규모로 모여 '트랜스젠더 의료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은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가정의학과, 성형외과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이후 성소수자 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21년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로 공식적인 이름을 갖게 됐고, 지난 1월 발족식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연구회는 교육, 연구, 정책 제언 등을 통해 한국 성소수자의 건강권 향상에 기여할 것을 약속했다.

이와 더불어 성확정수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센터도 등장했다.

2021년부터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젠더클리닉'을 운영해 온 성형외과 황나현 교수는 최근 강동성심병원에 합류하며 성소수자 의료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황 교수는 성소수자 의료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왔으며, 단행본 '차별 없는 병원'을 발간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황 교수의 강동성심병원 합류에는 같은 병원의 성형외과 김결희 교수와의 협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두 교수는 성소수자 의료 분야에서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으며, '차별 없는 병원'에서 '트랜스젠더의 성확정수술' 파트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강동성심병원에는 2021년부터 김 교수가 주도한 'LGBTQ+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 센터는 성소수자에게 정신과 상담부터 성확정수술, 사후 관리까지 종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별 정정을 위한 법적 절차 안내, 관련 도서 및 모임 정보 제공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번에 황 교수까지 합류하면서, LGBTQ+ 센터는 보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성소수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 교수는 벨기에와 태국에서 성확정수술을 연구했으며, 이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성공적으로 집도해왔다. 김 교수는 LGBTQ+ 센터장으로서 국내 최초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성별적합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으며, 트랜스여성(출생 시 남성이었으나 여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성확정수술 과정에서 정자를 채취·동결하여 생식능력을 보존하는 수술에도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특히 보수적인 의료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해외 유명 의대에서는 이미 성소수자 의료 교육이 정식 커리큘럼에 포함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진료에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 연구회 소속 의료진들의 이 한마디가, 작은 날개짓이 돼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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