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교수,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담도암 환자 김 모씨. 사진=조후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담도암 국제 표준치료가 국내에선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 나온다. 혁신신약인 면역항암제 병행 요법이 기존 치료법 대비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신약 급여화가 늦어지면서다. 질병 특성상 대다수가 항암 치료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단되는 환자들이 생존율 향상과 고가 치료비 부담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20일 개최한 '소외암 환자 생존율 개선 촉구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의료계와 환자 단체는 한목소리로 담도암 혁신신약 급여화 속도를 당부했다.
담도암은 전세계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암이다. 국내 발생률은 세계 2위로 지난 2014년 7000명에서 지난해 10054명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담도암 사망률도 10만명당 11.64명으로, 2008년에서 2012년 기준 세계 1위 수준이다. 지난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5년 상대생존율은 29%다. 10명 가운데 7명은 사망하는 것으로, 췌장암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해부학적 특성상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진단되는 환자는 20~30%에 불과하다. 70~80%는 항암치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진단되는 것이다.
문제는 최신 치료 옵션과 급여화 사이 괴리다. 3세대 면역항암제가 출시되고 국제 표준치료로 자리잡고 있지만, 국내 급여화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높은 비용부담에 '있어도 못 쓰는' 옵션이기 때문이다.
미국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선 담도암 1차 치료로 면역항암제 '더발루맙'과 일반항암제 '젬시타빈', '시스플라틴'을 병합한 3제 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NCCN 가이드라인에서 카테고리 1로 권고하는 것은 사실상 표준치료"라며 "그런 치료를 안 했을 때 의사 입장에선 잘못된 치료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담도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와 일반항암제 병합 3제요법은 기존 일반항암제 2제 요법 대비 혁신적 성과를 거뒀다. 연구에 따르면 기존 2제 요법은 2년 생존율이 13.1%지만, 3제 요법은 22.9%로 나타났다. 3년 생존율 역시 각각 6.9%와 14.6%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났다. 2년 생존율이 2제 요법은 14.1%, 3제 요법은 38.5%로 글로벌 임상 연구 대비 격차가 더 컸다. 3년 생존율 역시 8.8%와 21%로 더 큰 차이를 보였다.
홍 교수는 "그동안 담도암은 효과적 약재가 없었기 때문에 급여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약이 나왔으나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조기 발견이 어려워 3분의 2 이상 환자가 항암제에 의지해 치료해야 하지만 급여 제한으로 면역항암제 신약 사용에 제한이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면역항암제 같은 혁신신약이 장기 생존율을 높이고 있지만 고가 치료비가 발목을 잡는 상황은 여타 암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담도암의 경우 대다수가 항암치료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단돼 생존율과 고가의 치료비 부담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점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담도암 환자도 이 같은 현실을 설명하며 급여화를 호소했다.
50대 가장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김 모씨는 지난해 10월 담도암 4기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평균 생존 기간이 7개월 정도란 사실을 알고 막막했지만,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 후 가장 큰 종양 크기가 2cm가량 줄었고, 암 수치 역시 10분의 1로 줄면서 눈에 띄게 상태가 호전돼 사회생활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비급여 면역항암제 비용을 감당을 이어가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씨는 한국혈액암협회 약제비 환급 프로그램 도움도 받으며 치료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달해 집을 내놓은 상태다.
그는 "담도암 세계 사망률 1위인 대한민국에서 지난 12년간 폐암은 10개 이상 항암제가 보험급여를 받았지만 담도암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폐암 환자와 담도암 환자 차이가 무엇이기에 지원 여부가 나뉘는지 궁금하다"며 "그동안은 약이 없어 쓰러져 갔다면 지금은 치료제를 앞에 두고도 삶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암 환자와 가족들이 경제적 부담을 갖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에 집중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힘이 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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