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한의료정책학교가 '의료현장을 아는 젊은 의료정책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내달 문을 연다. 왜곡된 의료환경을 바로잡을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대한의료정책학교는 지난 21일 의료 전문지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개교 목표를 공유했다.
의료정책학교는 대한의사협회 전 집행부 임원과 젊은 의사가 주축이다. 최안나 의협 전 대변인과 박종혁 전 총무이사가 교장과 교감을 맡고, 젊은 의사인 채동영 전 공보이사가 정책부장을, 장재영 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가 연구부장을, 김찬규 사직전공의가 공보부장을 맡는다.
의료정책학교 설립엔 전임 집행부 임원들이 의협 내부에서 느낀 한계와 이를 타파하기 위한 고민이 반영됐다.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 교장은 의료현장과 정책 사이 괴리는 커지고 있지만, 집행부 임기가 종료될 때마다 임원이 바뀌면서 전문성을 연속성 있게 가져갈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설명했다. 더욱이 구체적 대안을 만들어 제시하고 현실 정치에도 참여하며 국민을 설득할 역량을 갖춘 전문가는 부족한 가운데, 양성 시스템도 부재한 상황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의료정책학교는 의료정책 개별사안에 대한 단발성 특강을 넘어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와 정책 반영을 위한 절차와 접근방식까지 함께 가르쳐 전문가로 양성할 예정이다.
최 교장은 "지금도 특강 형태로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많이 들을 수 있지만, 실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서 변화를 만들고 지향점에 다다르게 하는 역량을 키우는 건 다른 문제"라며 "학교 과정을 마치고 나오면 옳고 그른 것을 아는 걸 넘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실력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커리큘럼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장재영 연구부장에 따르면 강의는 의료 정책에 대한 이해, 대안 제시 역량, 의료 거버넌스 설득력 구현, 조직화와 영향력 행사 등 네 가지 분야로 나눠진다. 각 분야별로 한 달, 모두 16강 분량으로 구성된다. 개괄적 강의를 1~2회 듣고 토론과 비판적 고찰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보는 실습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다.
대상은 의대생부터 면허 취득 후 10년 이내 의사다. 오프라인 강의는 20~30명 규모로 고려의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지방에 거주하거나 업무로 인해 오프라인 참석이 어려운 경우 온라인으로도 10~20명 정도 강의를 구상하고 있다.
장재영 연구부장은 "전공의들이 의료정책에 관심이나 전문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개별 정책에 대한 관심과 인사이트는 있지만 어떻게 사회에서 소화시킬지 방법론을 잘 몰랐던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우리 목소리를 잘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은 참여를 원하는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동영 정책부장은 "다들 뭔가 하고싶어 한다. 만나는 의대생, 전공의 선생님들은 '답답하다, 뭐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 교장이 의협 전임 집행부 대변인이자 직전 보궐선거에 출마했다는 점에서 비롯될 수 있는 '사조직' 오해와는 선을 그었다. 과거 의료계 단체의 경우 의협 회장 배출이 궁극적 목표였던 경우도 있었지만, 학교는 의협 내부에서 느낀 인재 양성에 대한 구조적 한계 타파가 목표란 설명이다.
채 정책부장은 "의사 힘을 모으는 것조차 버거운데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느꼈다"며 "학교에서 나온 인재가 의협 임원으로 가면 부족한 인재를 공급할 수도 있고, 정치권으로 나갈 수도 있다. 협회를 도우면 돕지 방해하는 기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장 역시 학교는 무너진 의료를 제대로 세울 '씨앗'을 심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장은 기성세대는 의사로서의 삶 외엔 사회역할이 부족해 환자를 잘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언급했다. 환자를 잘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길러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최 교장은 "지금은 봄에 씨앗을 심지 않고 한겨울이 춥다고 하는 상황이다. 정책을 구조적으로 바꿀 생각을 않고 여기까지 왔다. 바로잡을 책임도 정부가 아닌 우리 전문가 단체에 있다"며 "젊은 의사들이 살아갈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실질적으로 바꿔 나가는 씨앗을 심고 기르는 학교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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