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실험대 오른 '디지털 치료기기'‥기대와 고민

디지털 치료기기의 신속한 의료 현장 도입 지원‥하지만 현장과 간극
낮은 금액 고시로 통합심사 고민‥다른 급여 전략 고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05 11: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디지털 치료기기(DTx)가 국내 건강보험 체계에서 처음으로 임시등재되며 실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정식 급여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임시등재 제도를 통해 건강보험 체계에 진입할 기회가 생겼지만, 기업들은 고시 가격이 낮게 책정된 데다, 경제성 평가 방식이 기존 의약품과 다르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3년 8월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등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임시등재 방안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업체와 의료기관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및 평가를 거쳐 한시적으로 급여 또는 비급여로 보상받을 수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혁신의료기술로 고시되면 임시등재 상태로 약 3년간 관리되며, 의료기관에서 실제 사용되면서 효과성과 경제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후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정식 등재 여부가 결정되며, 최종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급여 여부를 평가해 급여·비급여 여부를 확정한다.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업체는 임시등재 목록 고시 전에 급여 또는 비급여를 선택할 수 있지만, 임시등재 이후에는 변경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등재 가이드라인 발표로 디지털 치료기기의 의료 현장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정부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신속한 의료 현장 도입을 기대하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기업들은 심평원이 책정한 임시등재 가격이 예상보다 낮아 향후 경제성 평가에서 불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의 경우 심평원이 산정한 임시등재 가격이 2만5390원으로 고시됐다. 에임메드는 비급여 판매를 결정했고 의료기관에서 솜즈가 처방되는 실제 가격은 20~25만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식약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들은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에서 세 가지 트랙(신의료기술평가 유예, 혁신의료기술평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중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는 혁신의료기기의 신속한 의료 현장 진입을 목표로 도입된 제도다. 이를 통해 각 기관별로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혁신의료기기 지정(식약처), 요양급여대상 및 비급여대상 여부 확인(건강보험심사평가원), 혁신의료기술평가(한국보건의료연구원)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다만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를 받을 경우 심평원이 가격을 고시하게 되는데, 이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 기업들의 의견이다. 이 탓에 기업들 상당수가 급여보다는 비급여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급여를 택한다고 해도 디지털 치료기기의 경우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기업 입장에서 급여를 선택할 유인이 낮아지고, 환자의 접근성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들은 차라리 비급여로 남겨두고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임시등재 제도가 도입됐지만, 기업들의 시장 전략과 정부의 정책 방향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기업과 정부 간의 이해관계 조정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업계 진단이 나온다.

한편, 심평원도 임시등재 종료 이후,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재평가를 거쳐 정식등재 시 디지털치료기기의 특성을 반영한 급여 적정성 평가기준 및 합리적 등재방안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심평원은 '디지털치료기기의 정식등재를 위한 급여적정성 평가기준 및 등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준비 중이다.

심평원 디지털의료기술등재부 관계자는 "해당 연구는 디지털치료기기의 정식등재를 위한 급여여부 결정 및 급여보상체계 구축을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합리적 건강보험 등재 및 보상체계 구축을 통한 환자 치료기회 확대 및 업체의 국내‧외 시장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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