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개편에 의료계 반발‥"의료 희생해 보험사 배 불린다"

본인부담률 95% '관리급여' 도입에‥"무늬만 급여, 실질은 통제"
'필수의료 강화' 내세운 개편‥실손 본래 취지 훼손 우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24 05:55

(왼쪽부터) 대한개원의협의회 박근태 회장, 정혜욱 재무부회장, 김승진 부회장, 김완호 부회장, 백경우 부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가 발표한 실손보험 개편 방안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일차의료 현장을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를 억제하고 의료 이용의 문턱을 높이는 개편안은 결국 의료를 후퇴시키고, 보험사에 유리한 구조만 남긴다"는 비판이 거세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9일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통해 ▲지역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강화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등 3대 핵심 과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실손보험 개혁이 개원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위원회는 비급여 진료를 관리하기 위해 △치료적 비급여는 급여화 △과잉 우려 비급여는 별도 관리체계 도입 △비급여 모니터링 및 정보공개 확대 등의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선별급여제도 내 '관리급여'를 신설해 진료 기준과 가격을 설정하고, 해당 항목에는 95%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원개원의협의회는 관리급여는 사실상 비급여 가격과 수요를 통제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해당 방안의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23일 열린 '제35차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에서' 대개협은 이번 개편안이 실손보험 보장을 축소함과 동시에 의료 이용 접근성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개편의 방향 자체가 의료 전반의 질적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근태 회장은 "이미 본인부담률 50~90%에 달하는 선별급여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95% 부담의 관리급여는 무늬만 급여일 뿐"이라며 "이는 국민이 기대하는 보험 적용 기준인 의원급 30% 부담과는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정혜욱 재무부회장(대한안과의사회장)도 "정부는 개편안을 국민을 위한 것처럼 설명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보험사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이라며 "본인부담률이 95%인 급여 항목이 과연 급여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실손보험 개편을 통해 보험 상품 구조와 운영체계를 정비하고,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필수의료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개편이 실손보험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고, 자기부담률을 높여 의료 이용 자체를 제한하려는 방향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박 회장은 "중증도에 따라 자기부담률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방안도 결국은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실손 보험 계약 재매입을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내용은 사실상 사보험 계약 구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실손보험은 민간 보험사와 개인 간의 계약인데, 정부가 '적정 금액'을 제시해 계약을 재설계하겠다는 것은 국민이 아닌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개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개협은 실손보험 개편이 의료인의 수익 문제를 넘어, 환자의 권익과 치료 선택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승진 대개협 부회장(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정부가 왜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개편으로 가장 쉽게 수익을 올릴 집단은 보험사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완호 부회장(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도 "실손보험 개편으로 발생할 부작용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의료인은 결국 생존 방안을 찾겠지만, 그 여파는 환자가 감당하게 된다. 환자의 시선에서 기획된 개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이번 개편안이 ▲비급여 억제 ▲의료 이용 제한이라는 이중 목적을 가진 정책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 접근성과 실손보험 보장성을 함께 고려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백경우 부회장(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장) 역시 "국민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고, 결과적으로 보험사의 이익이 증대될 구조다. 보험료 인하에 대한 논의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개편과 함께 실질적인 영향 분석과 후속 연구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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