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국 각지에서 의사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앞둔 가운데, 그들은 '의료 정상화'를 향한 의지를 다지며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집결한 의사 대표자들은 ▲정상적인 의대 교육 환경 조성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해체 ▲정부·국회·의료계 공식 테이블 마련 ▲정부의 공식 사과를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와 함께 '대선기획본부 출범식'을 개최했다. 현장에는 '의료 정상화', '의대 교육 정상화', '의료농단 STOP'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의사 대표자들이 참석해 결의를 다졌다.
의협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의료계의 입장을 선제적으로 정리하고자 대선기획본부를 출범했다. 본부장에는 민복기 대구광역시의사회장, 정경호 전라북도특별자치도의사회장, 박명하 의협 상근부회장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민복기 회장은 "지금 대한민국 보건의료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오랫동안 왜곡되고 정치화된 정책들 속에서 의료는 한계에 직면했다. 의료는 정치의 수단이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호 회장도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당한 채, 전문가의 합리적 판단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서는 제도들이 의료현장을 뒤덮고 있다"며 "그 결과 지난 1년간 국민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현 시국을 '대한민국 의료의 회복을 위한 결정적 순간'으로 규정하고, 더 이상 의료 붕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선기획본부는 전국 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의협 차원의 대선 공약을 수립하고, 이를 각 정당의 공식 공약에 반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협 김택우 회장. 사진 = 박으뜸 기자
이어진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는 1년 넘게 지속된 의정 갈등으로 인해 진료와 교육, 의료체계 전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 깊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정부는 이번 탄핵 인용을 계기로 의료계의 올바른 목소리에 진정성 있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속히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특히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본연의 자리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수련과 교육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의개특위를 포함한 기존의 의료정책 추진 기조를 중단하고, 의대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반에 대해 합리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택우 회장은 "정부는 의료 정상화를 위해 즉각 논의의 장을 열고, 의료농단 사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통해 좌절과 혼란에 빠져 있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료 현장과 교육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 사진 = 박으뜸 기자.
의협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 역시 이번 전국대표자대회를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회복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김교웅 의장은 "전국대표자대회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희생과 고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 하에 열린 자리"라고 분명히 했다. 이어 그는 "망가진 의료를 정상화로 복원하기 위해 의료계 대표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하나의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래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결의문 전문이다.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결의문
우리 의료계는 지금 역사상 유례없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헌정 중단 사태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보건의료 정책은 심각한 혼란에 빠졌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과 의료현장에 전가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선 의료현장은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정책 추진의 결과로 황폐해졌으며, 의학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하며 국민과 환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던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은 일 년여 만에 붕괴되었다.
지금껏 이어져 온 의사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대화가 아닌 '명령'과 '억압'의 자세를 일삼아왔다. 그 결과 처참히 망가진 대한민국 의료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추진 방식 전반의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반증한다.
의료는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없으며, 의료정책은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 중심의 과학적 판단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행이 아니라, 복원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가 본래의 자리로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한의사협회는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의료개혁은 의료계를 배제한 일방적 구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즉각 해체하라.
하나. 정부와 국회는 의료계의 제안을 논의할 수 있는 공식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하고, 보건의료정책 전반을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지속가능하게 재설계하라.
하나. 정부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가해진 위헌적 행정명령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이들의 학습권과 수련권 회복을 위한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조치를 시행하라.
하나. 교육부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에 대한 면밀한 실사를 통해, 교육이 불가능한 의과대학에 대해 입학정원 조정을 포함한 현실적 대안을 즉각 제시하라.
하나. 대한의사협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대전환의 길에 국민과 함께할 것이며, 의료의 본질과 가치를 훼손하는 그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