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대변인 사업, 형식적 당근책?…실효성 논란 속 시작

의료계와 법조계, 형식적인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
의료계 일각, "의료사고 분쟁 해결하려면 의료 시스템 전체의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해야"
법조계 일각, 분쟁조정건수 대비 전문 인력 풀 부족 및 예산 한계 지적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4-15 05:57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환자대변인 사업'이 의료분쟁 조정 과정에서 환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시작 단계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및 법조계 일각에서는 제한된 예산과 부족한 전문 인력, 기존 분쟁조정 제도와의 중복 가능성 등을 지적하며 현재의 방식으로는 기대한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국비 3억원을 투입해 '의료분쟁 조정 환자대변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날부터 30일까지 환자대변인으로 활동할 전문가를 모집한다.

대변인은 '변호사법' 제7조에 따라 등록한 변호사 중 3년 이상 경력자로 의료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자를 선발해 내달 중 자격 확인 및 선발과정을 거쳐 위촉한다. 이를 통해 50인 내외 대변인 풀을 구성하고 참여하는 건별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원대상은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9항 중대한 의료사고인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중증 후유장애 발생 사고조정 등에 참여한 환자 및 그 가족이 대상이다.

정부는 환자대변인 운영을 통해 분쟁 조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조정을 보다 활성화해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사고 분쟁 해결이 단순히 환자 보호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고 의료 시스템 전체의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는 "의료사고 분쟁의 해결은 필수의료 분야 의사 이탈 방지 및 유입 증진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환자 및 보호자의 권익 보호라는 두 가지를 모두 실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환자대변인은 감정과 조정 전 단계에서 전문적인 조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전 단계에 대변인을 둔다고 해서 분쟁 조정이 원활해 질 것인지 이후 보상이 잘 이뤄질지는 의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대변인 사업이 시행됨으로써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보상이 원활하고 즉각적으로 된다던지 의료사고의 과정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던지 하는 개선점은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즉 환자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달래는 효과 없는 당근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의료사고안전망과 관련한 법안은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조금 더 손을 보고 진행돼야 할 것이다. 지금대로라면 의료계나 환자측 모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위한 숙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자대변인 사업이 의료사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지만 구체적 운영방안이나 분쟁 건수에 비해 적은 대변인풀 등으로 인해 기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사업 내용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 B씨는 '의료분쟁 조정 환자대변인 사업'이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지만 분쟁건수에 비해 적은 인력풀과 예산, 변호사를 통해 분쟁조정을 하고 있는 유사한 시스템이 있는 상황에서 대변인을 두는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성과를 도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보면 대부분이 의료계 쪽으로 치우친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환자대변인 사업을 내세워 환자 쪽을 배려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B씨는 "50명 내외의 변호사를 환자대변인으로 위촉하고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등의 중대한 의료사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분쟁 조정을 희망하는 경우 도움을 준다고 했지만 매년 발생되는 의료분쟁 건수에 비해 전문가 인력풀이 적다. 또 환자를 돕기 위한 대변인이라면 변호사를 구할 재정적 여력이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든지, 사업 내용을 좀 더 구체적이고 촘촘하게 구상해야 실효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사업이 추진되는 첫 해인만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2024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조정절차 자동개시는 최근 5년간(2020~2024) 총 1971건이 접수돼 사망 1716건(87.1%), 중증장애 202건(10.2%), 의식불명 47건(2.4%)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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