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지난 1992년 설립 이후 30년간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 예방 관련 사업을 수행해 온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주무부처인 식약처의 자체 감사 결과 국고보조금 부족분의 후원금 사용 등 재정·회계 운용에 대한 적정성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고 내부 운영 과정에서 조직 개편 논의도 이어지면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퇴본부의 모태가 된 약사회 내부에서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운영에 있어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산하 13개 지부들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식약처의 4개 지부 국고보조금 지급 중단 통보에 반발했다. 앞서 식약처는 마퇴본부에 충남, 충북, 대전, 경남 등 4개 지부 국고보조금 지급 중단을 통보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지부들은 "타당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연간 사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기관으로 식약처가 시행 한 달여를 앞두고 명확한 근거 없이 국가 예산 지원 중단을 통보한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계속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최근 식약처가 진행한 자체 정기종합감사 결과를 통해 마약퇴치운동본부의 국고보조금, 후원금 등에 대한 사용실태가 드러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식약처는 ▲마약퇴치기금 미설치 및 운용기준 부재로 집행의 투명성 미흡 ▲후원금 수입 등을 누락한 예산서‧사업계획서 제출 및 지도‧감독 미흡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의 혼용 집행으로 국고보조사업 혼선 초래 ▲무분별한 판공비 등 부당 지급 등을 지적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표면적으로 지부에 대한 국고지원금 지원 중단이라는 문제로 부각되기는 했지만 시작에 불과한 부분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약사사회에 따르면 식약처와 마퇴본부는 5년 전부터 마약퇴치운동본부 명칭을 바꾸는 논의를 시작해왔는데 이를 두고 양측이 생각이 달랐던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한국마약안전원으로 변경하면서 식약처는 직할 체제로 운영하고자 했고, 마퇴본부는 모태인 약사회를 주축으로 키워 온 만큼 현 운영 상황을 지키고자 했던 상황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마퇴본부의 지부 관리가 부실하고 사업력이 떨어지고 회계 운영이 불투명한 지부에 대한 통폐합 요청이 제기됐다.
이에 마퇴본부는 지난 1월부터 자체적으로 그 간의 운영실태를 평가하고 조직효율화 등 자체혁신을 목적으로 '운영개선 TF'를 구성해 운영성과가 미흡한 지부에 대한 국고지원을 중단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지부축소 개편방안을 모색해왔지만 불가하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갈등 소지가 남게 됐다.
결국 식약처의 마퇴본부 지부 국고지원금 중단 조치는 이러한 과정에서의 마퇴본부 개편을 위한 수순아니겠냐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5월 30일부로 현 장재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만큼 마퇴본부에 대한 식약처 차원의 조치는 이후 새로운 이사장 선출과 맞물려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마퇴본부 지부장은 "국고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지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감사 결과 데이터를 갖고 말초적으로 건드리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체에 대한 조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식약처가 직접 컨트롤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내부에서도 자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 식약처에서 감사 이후 회계기준 지침을 내려보낸 만큼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부분은 지침에 따라 맞춰갈 필요는 있다"며 "지부 통폐합 요구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앞으로 더 논의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부장도 "공동으로 지부에서도 대응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해 종합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회계 문제 뿐 아니라 앞으로 마퇴본부 운영에 대한 전반이 화두에 오르게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마퇴본부 지부에 대한 식약처 조치를 두고 약사회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일부 지부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약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새로운 정부의 초대 식약처장 임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대한약사회가 마퇴본부에 과도하게 관여하게 된다면 마퇴본부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약사회의 행보가 자유로울 수도 없어 보인다.
한 주변 관계자는 "30년 간 마퇴본부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점차 밖에서 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 식약처에서도 비약사, 행시 출신 관료들이 볼 때 마퇴본부 운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마퇴본부 이사장을 약사가 해야 한다는 틀도 없을 뿐더러 지부에서는 지부장이 마퇴본부장을 겸임하는 상황들이 외부의 시선에서는 부자연스러운 느낌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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