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31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한 지도 2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본격화된 필수의료 활성화 방안이 논의된 지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였지만, 지원대책 발표 이후에도 의료계에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부적인 실행계획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지적에다, 현장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선도 적잖았다.
실행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선 의료계를 넘어 국회에서조차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복지부에서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소아, 분만, 심뇌혈관, 중증, 응급 분야 등에서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가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중심으로 한 정책 마련과 추진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는 대책 발표 후 2개월에 접어든 시점에서 임혜성 필수의료총괄과 과장<사진, 왼쪽>과 강준 의료보장혁신과 과장<사진, 오른쪽>을 만나 정책 추진 분위기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 필수의료 지원대책 발표 후 내부 분위기는 어떠한가.
임 :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 쪽으로 돈 생각하지 말고 수가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할 수 있는 거는 해봐라 이렇게 진취적으로 밀어주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기존 틀에 갇히지 말고 최대한 필수의료나 특히 소아에 대해서 안 된다는 거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라는 그런 분위기다. 사후보상제, 공공정책수가 이런 것들은 기존의 틀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지 않나.
의료계와도, 복지부 간에 갈등이 있을 수 있고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필수의료 쪽에서는 좋은 기회에 힘을 합쳐서 뭐라도 한번 이뤄보자'라는 커다란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있다.
Q. 대책 발표 후 2개월이 지났다. 현재 상황과 주력하고 있는 것은.
임 : 각 과에서는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호응을 잘해주고 있다. 일반적으론 진행이 많이 안 되는 것이 보통인데, 생각보다 과에서 진행을 많이 해주고 있어서 내부 분위기가 많이 바뀐 느낌이다. 의료계는 필수 의료 문제를 현장에서 가장 심각하게 느끼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복지부하고 같이 뭔가를 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생각을 하고 계시다.
필수의료총괄과는 그 중에서도 의료계 기조실 같은 곳이다. 각 과에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의료계와 만나서 아이디어 발굴해서 검토해볼 수 있도록 제안하는 등 총괄하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
현재는 현장에서 진행 중인 과제들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과제가 더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추가적인 부분들이 있는지 등을 보고 있다. 의료계에선 여러 진료과목에서 '이번에는 빠졌지만, 다음번에는 좀 넣어 달라' 이런 의견이 있다. 하반기에 추가과제를 발표하기로 한 상황인데, 추가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많이 들으려고 하고 있다.
강 : 1월 말에 발표한 이후 2월에는 보완해야 된다는 얘기도 있다보니 정신이 많이 없었다. 조직이 자리 잡기까진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이번 소아의료 대책까지 발표하면서 필수의료지원관실이 조금 더 빠르게 체제가 정비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Q. 소아의료 대책을 발표한 것은 그쪽으로 더 중점을 두려는 것인가.
임 : 의료는 필수가 아닌 것이 없지만, 진짜 국민 생명에 직결되면서도 부족한 것을 대상으로 한 것이 이번 대책이다. 소아는 국민들이 상당히 불안해하는 면이 있어서 안심시키기 위해 추가로 발표한 것이다.
추후에는 의료진이 없다든지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수의료 범위가 어떤지는 사람마다 틀린데, 적어도 국민 생활에 직결돼야 하고 '이게 없으면 진짜 나머지가 작동이 안되는' 그런 핵심 포인트를 찾아서 지원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의료진 부족 문제에 대한 의견은.
임 : 인력 문제에 대한 논의는 오래된 문제인데, 적어도 당장은 배치된 인력들이 다른 쪽으로 가지 않고 필수의료 쪽에 지원할 수 있는 그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공의 중에 소아과를 하고 싶지만 여러 제반 여건이 안 맞아서 망설였던 분들이 소아과를 지원할 수 있게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이런 내용이 대책 중에 조금씩 들어가 있다. 다만 대책 내용에 따라서는 상반기에 될 수도 있고, 그게 몇 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내부에선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빨리 당겨서 하자는 분위기여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당기려고 한다.
Q. 이번 소청과의사회 폐과 선언은 어떻게 보고 있나.
임 : 소아과가 어렵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번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주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니 의원급에서는 약간 소외감이 있으신 것 같다.
사람 목숨이 경각에 달린 문제라 (대형병원을) 우선순위에 뒀지만 결국에는 소아 외래가 살아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달(3월) 중순 즈음에 의협, 학회, 의사회와 면담을 하고자 했는데, 의사회만 간담회를 보이콧하고 오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어쨌든 외래를 살려야 되는 정책 방향은 이제 저희도 인정을 하고 있고, 그 방향대로 추가 대책이나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의견을 같이 주시면 회원분들에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라도 의견을 듣고 소통할 의지가 있다. 물론 생각하시는 것들이 당장 실행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고자 한다.
Q. 건보 효율화도 추진 중인데, 혹 지불제도 개편도 있나.
강 : 보상제도 다변화 얘기는 정부 초기 국정 과제에 포함됐던 내용이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간에 2차 종합계획에 담아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변화 시도가 어느 정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다들 인지하고 계신 상황이다.
이전에도 많이 나왔던 가치 기반 보상이나 기관 단위 보상 같은 기존 행위별 수가 제도의 균열을 낼 수 있는 시도들을 다양하게 해봐야 될 것 같다. 내달 초에 '의료보장혁신포럼'을 열어서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토론하려고 한다. 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사회와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내달부터는 본격적으로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다.
재정효율화라고 해서 심사를 강화해서 삭감을 한다는 차원은 아니다. 의료질서를 바로 잡으면서 재정 투입 시 성과를 더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조치가 아니라 제도 혁신을 해서 재정 효율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다.
덧붙여서 재정효율화가 아래쪽 빼서 위쪽 괴는 식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제로섬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엄격한 재정중립보다는 일정수준 수용가능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9월 건보종합계획 내용에 질 보상 체계나 보장성 강화 방안, 3차 상대가치 개편도 함께 논의되는 것이 맞을 것 같고, 그런 식으로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