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의약품 공급망의 위기와 함께 저가정책으로 인한 제네릭 시장 축소, 품질 이슈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의약품 부족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주요 국가들은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해 법안 발의는 물론 행정명령, 보고서 발간, 국가 및 이해관계자간 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낮은 제네릭 약가 및 원료의약품 자급률 등 원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9일 발간한 글로벌 이슈 파노라마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8년 이후 200개 이상 의약품이 만성적인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항응고제, 간질치료제,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을 포함한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급 중단이 발생하는 의약품은 주로 제네릭 의약품으로,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족 문제가 존재했는데, 낮은 가격과 저마진 등의 시장요인, 소수에 불과한 제조업체, 정부 정책 오류, 규제 및 제조 문제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의약품 및 원료의 과도한 해외 의존, 수요량 예측 시스템 부재도 의약품 부족의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유럽 역시 이와 비슷한 분위기로, 코로나19 이전부터 의약품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호흡기 감염의 급증으로 항생제 수요가 증가하고 전쟁 및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제조 지연·생산 능력 부족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에 있어서도 품목당 1~2개의 제조업체에 의존하는 시장 환경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중국·인도의 원료의약품 점유율 증가, 최저가격에 기반한 가격 정책 및 규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 품목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800품목 이상이 공급 정지나 출하 제한 상태로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부족 품목 가운데 75%를 제네릭 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는데, GMP 위반과 품질 문제에서 초래된 의약품 부족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의약품 부족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상황으로, 2022년 기준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도는 68.7%,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에 불과하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의약품 수급 문제와 아세트아미노펜 품귀 현상 등이 발생했고, 팬데믹 완화 이후에도 호흡기질환 환자 증가로 인해 슈도에페드린 제제의 수급 불안정 등이 나타났다.
이에 더해 원료의약품의 경우 수입 상위 10개국 중 50.1%를 중국과 인도가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인센티브 제공·API 자국 생산·규제완화 등 돌파구 모색
의약품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이 대처하고 있는 방식에 있어서도 유사한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약품 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을 제시하고,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API 자국 생산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제조업체의 재고 수준이나 생산 계획, 유통 수량에 대한 자발적 정보 제공이 의약품 부족 예방에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기관별 용어 사용의 불일치 및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용어의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의약품 공급 부족 조정그룹(Executive Steering Group on Shortages and Safety of Medicinal Products, MSSG)을 통해 항생제 부족과 관련한 주요 공급업체와 협력해 제조 역량 확대를 합의하고, 해당 국가에서 승인되지 않은 의약품의 예외 공급 허용 등 일부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의약품은 물론 원료의약품 및 기초 화학물질의 생산을 장려해 중국·인도 등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즉각적인 대응을 위한 의약품 부족 목록 작성, 가격 책정에 대한 정책 변경 및 EU 차원의 의약품 제조지원, 규제 최적화 등 간소화된 정책 프레임워크 구현을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는 올해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을 발표, 제네릭 지원을 위한 의약품 상환가격 조정 등 약가 시스템 평가, GMP 위반을 줄이기 위한 규제 강화, 필요 시 원재료의 공동 조달 및 투명성 개선을 통한 탄력적 공급망 구축 등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한 대응 방안에 있어서도 해외 각국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통해 필수의약품 적시 공급과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위한 규제혁신 및 지원 강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의약품 및 국가필수의약품 중 원료의약품 등의 자급 향상을 이해 연구가 필요한 품목을 분석, 국산화를 추진하고, 부족 의약품의 증산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 품목의 약가를 인상하기도 했다.
의약품 부족 시 증산을 요청하고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운영해 대응에 나섰으며, 의약품 공급 부족 예측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 내년 8월부터 시범 적용한다는 계획도 실행 중이다.
◆공급 부족 대응 위한 범정부적 협력 체계 구축 필요
글로벌 이슈 파노라마에서는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범정부적인 협력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민관협력을 통해 팬데믹에 따른 수요 급증과 원료공급 차질, 생산능력 저하 등 의약품 부족용인의 명확한 파악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의 역할 분담 및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QbD(설계기반품질고도화) 도입과 공장 자동화·스마트화, 연속제조공정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제네릭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팬데믹 위험에 대비해 혁신적 R&D 시스템을 구축해 제약주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위해 약가우대 및 각종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존의 화학제조 방식을 대체할 바이오제조 등 지속 가능하고 비용 효율적인 제조기술의 개발 및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에 더해 국가필수의약품 선정 기준 개선과 목록 확대를 통해 사용량이 많은 의약품의 공급 부족을 방지하고, 채산성 문제 등으로 생산·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약가 인상 및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정부 차원에서는 철저한 GMP 준수를 위한 의약품 품질 관리 강화하고 비의도적 불순물 시험 등을 실시하는 품질검증센터를 설립해 품질 고도화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기업 차원에서는 품질관리책임자, 품질담당자 등의 직무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확대 및 품질 신뢰성 보장을 위한 자체 검증·관리 시스템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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