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미국으로 향하는 인재들…약학 연구 지원 기반 다져야 할 때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4-25 06:00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2024 대한약학회 춘계국제학술대회'에서 우수한 연구를 한 젊은 약학연구자들에게 '미래약학우수논문상'을 수여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이 시상식에 뽑힌 수상자들은 모두 내로라 할 우수한 논문 성과를 자랑했다. 3명의 수상자 중 1명은 이미 미국에서 유학 중이고, 2명은 미국으로 갈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미국에서 우수 연구들이 많이 이뤄지는 만큼, 연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연구자라면 미국행은 자연스레 꿈 꿀 수밖에 없는 '유토피아'일터다.

그러나 아주 자연스럽게 미국행을 이야기하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성과를 이루고 나면 한 단계 더 위로 향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뛰어난 논문을 작성한 우수 인재들이 모두 미국으로 향한다는 것은, 결국 한국에서는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연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자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만난 약학계 관계자들은 연구비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고 표현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삭감에 진행하던 연구마저 정리를 할 수 없게 되거나, 기존 연구비에서 80%, 90% 이상 연구비가 삭감되니 당장 학회에 참가 여부를 결정하기도 버거운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과제 2개를 맡았던 한 교수는 결국 연구 중 1개는 중단해야만 했고, 실험실 내 대학원생들을 지원해줄 수 없어 빨리 졸업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약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신약을 만들어야 한다, 제약바이오 환경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말을 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가 그 기반을 제대로 만들어주고 있는지를 다시 검토해야 할 때다.

물론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은 놀랍게도 개량신약을 134개, 국산 신약을 4월 24일부로 37개나 탄생시킨 국가이기도 하다.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몇몇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약들이 블로버스터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최초의 국산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도 기대해 볼만 하다. 

박세리, 박찬호, 김연아, 윤성빈 같은 스포츠 영웅들처럼 변변찮은 지원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세계 정상급을 꿈꾸는 것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성과를 낸 것은 어디 내놓아도 지지 않을 수 있는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역량 덕일 것이다.

약학회 우수논문에 지원한 논문들의 수준도 상위 5% 수준의 저널에 실린 논문들이라고 하니, 약학 미래 연구자들의 연구역량 또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가진 연구 열정과 역량을 이런 저런 걱정 없이 마음껏 국내에서 꽃 피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기반을 차근차근 쌓아 또 다른 국산 신약 탄생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 나은 연구 환경과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지원이 강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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