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쏘아 올린 '집중투자' 가치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7-15 05:50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의약품 CMO(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3조원에 가까운 매출액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들어서도 이같은 대규모 계약을 비롯해 여러 계약을 수주하면서 지속적인 외형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1년 출범했던 것을 고려하면 연매출 3조원과 단일계약 1조5000억원 수주라는 성과는 1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그룹이 뒷받침된 대규모 자금 투입과 관련 산업을 둘러싼 정책적 환경 등이 받쳐줬기 때문이다.

2011년 출범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액은 2015년까지 연 매출액이 1000억원 이하를 밑돌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3년 9월 15만 리터 규모 2공장에 착공했고, 2015년 11월에는 18만리터 규모 3공장에 착수했다. 이같은 전략적 집중 투자가 있었기에, 수년 후 크나큰 결실이 맺어졌다.

수년 째 성장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보고 있다 보면, 이내 '국내 제약업계에도 이같은 집중투자가 전략적으로 이뤄졌으면 어땠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국내 제약업계는 100년여에 가까운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꿋꿋이 성장해왔다. 다만 일부 상위권 업체를 제외하면 여전히 업계 내 대다수 업체는 연간 매출액이 1조원, 또는 50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이들에게 신약개발 투자란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는 문제다. 신약개발은 결과와 성과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과감한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현 생태계와 구조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집중투자는 불가능하다.

기업과 기업을 합쳐 규모를 키운다면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겠지만, 국내 업계 사이에서 M&A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경향이 팽배해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익히 아는 사실이다.

만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설립 후 투자 규모가 미온적이었다면 단기간에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우리가 목격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는, 집중투자가 있어야만 그만한 결과도 얻을 수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언젠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계약보다 더 큰, 상위제약사 연매출을 상회하는, 그런 단일 계약마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성과가 거듭될수록, 국내 의약품 산업을 지탱하는 제약사와 그 일원들이 느끼는 회의감은 더욱 커질지 모른다.

현재 여러 제약사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들고 있는 만큼, 언젠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전 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개발해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두는 미래가 다가올 것임을 기대한다. 

다만 그 결말이 앞당겨지도록 서두를 필요가 있다. 국내 헬스케어 분야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의약품 산업이 더 이상 뒤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신약개발에 진심인 현 제약업계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준하는 집중투자가 이뤄진다면 분명 그만한 성과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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