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국정브리핑을 지켜 본 의대교수들이 실망과 우려를 나타냈다.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사부족 해결을 위해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동시에 전공의가 빠져나간 공백을 유지하기 위한 비상진료체제는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언급 때문이다. 현재도 의료시스템이 잘 가동되는 상황이라면 의사 1만명 확대는 필요 없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29일 진행된 대통령 브리핑을 본 A대학병원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전화에서 "대통령 브리핑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보면 모순적이다. 비상의료체계를 통해 현장이 문제 없다고 말을 했고, 의대정원 증원 추진은 의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며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전공의 1만3천명이 빠져나갔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의사가 1만3천명이 없어도 된다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이어 "즉, 논리를 가진 발표라기보다는 결론을 이미 정해두고 그게 맞게 짜 맞춘 느낌이다. 상황에 따라 결과도 바뀔 수 있는데 정해진 결론을 바꾸지 않으니까 논리적으로 어긋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응급·중증·희귀 등을 치료·수술할 수 있는 기능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양적인 수요만을 보고 비상진료체계는 원활하게 작동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B대학병원 교수는 "대통령 브리핑에서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했는데, 여기서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기준이 중요하다"며 "현재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보면, 병상이 넘치고 시설도 넘치고, 전공의들이 빠져나갔다고 해도 현재 2차 병원, 1차 의원들은 그대로 살아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잘 유지된다고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3차 병원은 전공의들이 나가고 케파가 줄면서 많이 힘들다. 전문의들, 교수들도 점점 빠져나고 있다. 결국 기능이 축소되고 있는 과정으로 보이진다. 그래서 현재 의료진이 괴롭고 힘든 상황이지만 각자 버티고 있다. 얼마나 이 상태를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현장은 이런 상황인데 대통령브리핑에서 현장 의료진에게 말뿐인 감사를 전하고 있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면, 전공의 공백을 만든 책임자인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해임하고 인적 쇄신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의정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행동 변화가 없다"며 앞으로도 의정갈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0% 이상의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해 정부에서 발표한 선진화교육이 뒷받침된다고 해도 의학교육 퇴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C대학병원 교수는 이번 브리핑을 보면서 "의대교육을 선진화시킨다고 발표했는데 한국의 수많은 의대를 2012년 탄자니아 대학보다 못한 수준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탄자니아에서는 교수 1명이 6명을 가르치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해 교수 1명이 8명을 가르치게 된다. 교육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정책이다. 현 정원의 2~3배를 늘리는 나라, OECD에서 빠져야 한다"며 국민과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는 정부의 모습에 개탄을 나타냈다.
한편, 29일 진행된 대통령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의사 양성은 최소 10년에서 15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안 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만 놓고 보더라도 2035년 기준, 의사가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나와 있다"며 "앞으로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 전공의 수련 체계 혁신 방안 등을 통해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의료대란에 대해서는 "비상진료체제는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비상진료체계를 통해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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