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영상진단기기 업계가 저선량 영상진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환자와 의료기관 관련 종사자들의 연간 방사선 피폭량을 줄이면서도 정확한 진단을 위한 높은 영상 품질 구현을 위해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상진단기기 제조사들은 최근 영상의학 검사에 수반되는 의료 방사선 피폭량 관리를 위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들이 저선량에 목메는 까닭은 최근 방사선 피폭량 증가세와 맞물려있다. 우리나라 국민 방사선 피폭량은 지속 증가 추세다. 보건산업 기술 발전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영상의학 검사가 증가하면서다.
실제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국민 의료방사선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국민 1인당 7.7건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 1인당 피폭선량은 3,11 mSv(밀리시버트)로 전년 대비 14.3% 늘었다.
의료기관 종사자의 피폭량도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의료기관 방사선관계종사자 피폭선량 통계연보에 따르면, 방사선사의 연간 평균 방사선 노출량은 0.82 mSv로 가장 높았다. 의사(0.28 mSv)와 간호조무사(0.24 mSv)는 그 다음을 차지했다.
즉, 저선량 기술 개발은 진료를 받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방사선 노출도가 높은 관련 종사자의 안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제로 자리 잡은 것.
이에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는 10년 전부터 방사선 피폭량을 합리적으로 저감시키면서 최적의 진단·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연구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나온 제품이 삼성 디지털 엑스레이 'GC85A', 'GM85'. 이들 제품엔 영상처리엔진인 '에스뷰(S-Vue)'가 탑재됐다. 에스뷰는 엑스레이 방사선 조사량을 낮은 선량에서도 기존과 동등한 품질의 흉부 영상을 제공하는 영상 처리 기술이다.
다양한 노이즈 제거 기술과 구조물 특화처리기술 등을 통해 여러 조건에서 안정적이고 선명한 이미지 제공이 가능해 사용자가 더욱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에스뷰가 탑재된 GC85A로 촬영했을 때, 방사선 조사 투입량은 기존 64.6μGy(마이크로그레이)에서 32.1μGy로 약 절반 감소했으면서도 영상화질에선 동등한 평가를 받았다.
자동 노출 제어(Automatic Exposure Control, AEC) 기능 역시 방사선 조사량을 조절해 최적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환자 체형이나 신체 두께에 따라 진단에 필요한 선량만을 제공해 영상 화질을 높였다. AEC는 모바일 엑스레이 장비에서도 사용을 구현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AEC은 통상적으로 하드웨어를 장착해야 사용이 가능해 모바일 엑스레이 장비에선 사용이 어려웠다"며 "부가적인 하드웨어 없이 디텍터 내 AEC 기능을 내장한 S-AEC을 통해 모바일 디지털 엑스레이에서 사용 편의성은 물론 영상 품질 성능을 최적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에스뷰나 AEC를 탑재한 저선량 엑스레이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기존 제품들을 빠르게 대체했다"며 "지금은 회사 엑스레이 제품 매출의 99%가 저선량 제품들이다. 그만큼 저선량 제품에 대한 의료현장 수요가 증가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의료 AI 기업 클라리파이도 CT 선량저감과 잡음제거를 동시에 달성하는 AI 솔루션 ‘ClariCT.AI’의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CT는 영상의학검사 중 검사건당 피폭선량이 가장 많다. 국내 영상의학 검사 중 CT 검사건수는 전체 4%에 그치지만, 피폭선량은 전체 67.3%를 차지한다.
이에 ClariCT.AI는 AI 기술로 기존 CT장치를 이용하면서 극소량의 방사선량만을 가지고도 진단에 적합한 고품질 이미지를 생성한다.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아 회사는 글로벌 영상진단기기 기업인 지멘스와 계약을 맺고, 지멘스 싱고비아에 해당 제품을 탑재한 바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뉴앙스, 바이엘 칼란틱스, 테라리콘 등 여러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과 협업 계약을 맺고, 최근에는 유럽과 중동 주요 의료기관으로 자사 솔루션을 보급하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의료기관마다 저선량 영상진단기기를 찾는데다 환자들에게도 안내문을 통해 저선량 제품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다. 질병청도 의료 방사선 이용 현황을 3~5년 주기에서 매년 조사로 변경할 정도"라며 "앞으로 영상의학 검사에서 의료 방사선 피폭량 저감 관리 여부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폭선량 관리 여부는 최근 전 세계적인 보건 이슈로도 떠오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9월 17일 ‘세계 환자 안전의 날’을 맞아 테마로 ‘환자 안전을 위한 진단 개선(Improving diagnosis for patient safety)'을 강조했다.
실제 적절한 진단 수준 향상은 연간 130조원에 달하는 치료비, 소송비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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