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 상향에 '환영-아쉬움' 공존

복지부,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 입법 예고
과실과 불가항력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 마련해 분쟁 줄어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0-25 05:57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계는 정부가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대한 보상금 한도를 최대 3억원까지 상향하고 지난해 말부터 100% 국가책임 보상을 시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행스럽지만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된 12년 전에 이 같은 조치가 이뤄졌다면 분만인프라가 현재처럼 망가지기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의료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과실과 불가항력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배상액도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보건복지부는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 한도를 최대 3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일부개정안을 이달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의료분쟁조정법은 1989년부터 제정 논의가 됐지만 결심을 맺은 것은 2011년 4월 7일이었다. 이 때 제정돼 이듬해인 2012년 4월 8일부터 시행됐다. 

법이 말하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는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신생아 뇌성마비, 산모·신생아 사망의 분만 관련 의료사고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부터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상금을 한도 내에서 100%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의료계는 이처럼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정의가 있지만 구체적 기준 부재로 분쟁의 소지가 크다고 보고, 보다 구체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같은 날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시행령 개정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히며 "분만으로 인한 불가항력 사고의 과실과 불가항력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의료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설명의무 위반의 경우에도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고에 대해 환자에게 다 설명하지 않으면 과실 책임을 묻는다. 그러니까 어떤 형태로든 의사에게 과실을 묻기 위한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의료분쟁조정원의 불가항력의료사고는 총 77건에 불과할 정도로 지나치게 적다. 결국 과실 판정에 대한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도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고 보상금액 상향도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분만으로 인한 의료사고 배상금액이 최근 10억원, 20억원 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어서 보다 현실적인 보상금액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또 의사와 환자간 신뢰를 통해 의사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은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상금 한도를 최대 3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상향하고 기준 한도 내에서 국가책임으로 보상한다는 점이 다행스럽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됐던 2012년에 이렇게 해줬더라면, 그 사이에 이미 분만 인프라는 붕괴된 상태라서 굉장히 안타깝다. 이로 인해 지역에 인구도 줄었지만 분만 받으려면 대도시로 1시간 반 이상 가야 되는 경우가 늘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났다. 

또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금액을 올린다고 했는데 실제로 분만과 관련된 사고가 나면 10억원 이상 배상 요구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분한 정도라고 보기는 여전히 어려운 면이 있다"며 "분만과 관련된 사고는 명백한 과실이 있지 않고서는 최선의 진료를 다한 상태일 것이다. 때문에 그러한 진료 행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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