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변 없었던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내년 정총이 기로

'정관 변경' 부결 등 임시주총 결과, 제약업계 예상과 다르지 않아
3인 연합, 의결권 66.67% 확보 못해…신동국 회장만 이사로 선임
신동국 회장·임종훈 대표, 임시주총 후 입장 밝혀…견해차 나타나
경영권 갈등, 내년 3월 정기주총 혹은 내후년까지 이어질 수도
한미사이언스 지분 변동에 따라 다른 상황 펼쳐질 가능성 있어

문근영 기자 (mgy@medipana.com)2024-11-29 05:59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큰 이변 없이 끝났다. 3인 연합은 40%가 넘는 지분율을 갖췄음에도, 일각에서 나왔던 예상대로 끝내 특별결의사항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다.

이른바 ‘무승부’로도 해석되는 이번 임시주총 결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동수를 이룬 3인 연합과 임 씨 형제 측은 각각 이날 임시주총 직후 입장문을 내며, 향후 이사회에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제 관건은 내년 3월에 열릴 정기주주총회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구조가 5대5 동수로 굳혀진 후 2027년 3월 임씨 형제 측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3인 연합과 임 씨 형제 측 지분율에 유의미한 변동이 있다면, 이변이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

◆ 정관 변경 부결, 이사 1인 선임…제약업계서 예상한 결과

제52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는 28일 서울시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 1층에서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자본준비금 감액 등 의안 2건을 가결하고, 이사회 최대 정원을 11명으로 놀리는 의안을 부결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신동국 이사 선임에 따라 3인 연합과 임 씨 형제 측 이사 숫자가 동수로 바뀌었다. 기존 이사회는 신동국·송영숙·임주현 등 3인 연합 측 이사 4명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이사 5명으로 나뉜 바 있다.

제약업계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사항이기에, 3인 연합이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 3분의 2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업계 전망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지난 26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정관 변경'과 '이사 2인 선임' 의안에 대해 '중립' 의견을 밝힌 후 높아졌다.

이번 임시주총 출석률은 84.7%(5734만864주)로 집계됐다. 3인 연합은 정관 변경 의안 가결을 위해 3822만9155주(66.67%)가 필요했다. 임시주총 투표 결과, 정관 변경에 찬성한 비율은 57.89%에 그쳤다.

다만, 3인 연합은 의결권 있는 주식 과반을 확보해 신동국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임주현 사내이사 선임 의안은 신동국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최대 정원(10명)을 채우며, 자동 폐기됐다.

◆ 신동국 회장·임종훈 대표, 이사회 역할 견해차…신경전 예고

3인 연합과 임 씨 형제는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5대 5 동수로 나뉜 이사회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신동국 회장과 임종훈 대표가 임시주총 직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드러난다.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 변화를 앞두고, 자신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한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신 회장은 이어지고 있는 분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완충시키고 조화로운 경영 모델을 이뤄내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주 권익 보호를 의사결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판단하겠다"면서 "여러 이사와 소통의 폭도 넓혀, 한미사이언스가 그룹 지주회사로서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임종훈 대표는 이와 달리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임시주총 이후 기자와 만난 임 대표는 "이사회가 동수가 되는 상황이 되면서 제가 조금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주님들이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 굉장히 진심 된 말씀도 잘 새겨들었다"면서 "회사를 위한 결정은 다른 분들도 다 이해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가 있는데, 그것도 저희가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씨 형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동수로 안건을 결의하지 못하는 경우, 임종훈 대표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임 대표 발언을 재차 강조했다. 이 회사는 해당 자료에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했지만, 임종훈 대표이사 역할과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3인 연합·임 씨 형제 갈등 지속 전망…지분율 변동이 변수

제약업계는 3인 연합과 임 씨 형제간 갈등이 내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3인 연합과 임 씨 형제 측 이사 숫자가 내년 3월까지 동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서다.

내년 정총에서는 이사회 동수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 간 지분 구조가 계속 바뀌고 있어, 이번 임총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임종훈 대표는 지난 14일 한미사이언스 주식 105만주를 블록딜매매로 처분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줄었다.

반면 3인 연합 측인 킬링턴 유한회사는 지난 26일 시간외매매로 한미사이언스 주식 95만주를 확보했으며, 가현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주식 132만주를 장외매수했다. 킬링턴 유한회사는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신설한 업체로, 송영숙 회장 특별관계자에 속해 있다.

아울러 송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은 내달 18일에 한미사이언스 주식 117만주를 킬링턴 유한회사에 매도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킬링턴 유한회사는 관련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만일 이후에도 지분 매수가 이어져 3인 연합과 임씨 형제 간 지분율 격차가 벌어질 경우, 이번 임총에서 실패했던 정관 변경이 내년 3월 정총에선 통과될 수도 있다. 정관이 변경되면 이사회 동수 구조는 끝이 난다. 사외이사 해임도 가능하지만 이 역시 정관 변경과 마찬가지로 특별결의사항이다.

반대로 내년 3월 정총에서도 이번 임총처럼 정관 변경에 실패하고, 이후로도 이사회 최대 정원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느 한쪽이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 2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진단도 가능하다.

이 경우 이사회 동수가 끝나는 시점은 임 씨 형제 측 인사인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와 사봉관 사외이사 등 3명이 임기를 마치는 2027년 3월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임기를 마치게 되면, 지분율 우위에 있는 3인 연합은 신규 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 주도권 확보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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