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2년은 못버틴다…필수의료 정상화, 2월 '기로'

김긍년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인터뷰
가속하는 의료진 고갈 악순환, 필수의료일수록 심각
"3월이면 늦는다…의료 사태 우선순위로 다뤄졌으면"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1-13 05:58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정갈등 속 2025년을 맞은 의료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우려는 필수의료과일수록 심하다. 전문의 중심병원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간호인력으로 전공의를 대체한 의료개혁 현실에서, 필수의료일수록 간호인력이 대체할 수 없는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체력적·정신적 고갈로 인한 전문의 공백과 수도권 쏠림을 앞당기고 있고, 현장에 남은 의료진 고갈을 가속하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무를 분담하거나 미래를 책임질 전공의가 돌아올 기미가 없는 물론, 이들의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마저 현장을 떠나거나 충원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전공의 사직 2년차 기점인 오는 2월이 의료현장 정상화 기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태 해결 없이 3월을 맞게 되면 전공의 수련이 정상궤도를 찾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본연의 수련보다 의료공백을 메우기 바쁘게 될 전임의도 줄어들게 되며, 이는 다시 의료진 고갈을 앞당기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기 때문.

이에 메디파나뉴스는 대한신경외과학회 김긍년 이사장을 만나 신경외과 의료현장 상황과 우려점, 앞으로의 전망을 들었다. 
김긍년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이 메디파나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메디파나뉴스
반복되는 의료진 고갈 악순환…필수의료일수록 심각
1년 버틴 원동력, 전임의 수급도 '뚝'

"글쎄요, 안보입니다." 해를 넘긴 의정갈등 상황 속 학회가 바라보는 의료현장 대책을 묻는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다. 김긍년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은 이를 첫 마디로 꺼냈다.

김 이사장은 신경외과 진료현장이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먼저 사태가 길어지면서 한계에 직면한 의료진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공백을 메우던 교수진이 지치면서 로딩이 많은 파트나 지방에 있는 교수들은 사직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태가 길어지면서 체력적 측면에 더해 정신적 측면에서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한이 정해져 있다면 참고 일하겠지만, 불확실성 속에서 1년이 지나다 보니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의료진 고갈 현상은 필수의료과일수록 빠르다는 점도 설명했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체제를 전환한다고 하지만 전공의가 떠난 상황에서 실상은 간호인력을 충원해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소위 필수의료과일수록 간호사가 대체할 수 있는 업무가 상당히 제한적인 실정이다.

일례로 신경외과의 경우에도 뇌혈관 파트나 환자 상태 악화를 조기에 발견해 처치하는 응급 상황 대응 부분 등은 간호인력이 대체하긴 어렵다. 결국 당직을 설 수밖에 없고, 신체·정신적 피로 누적은 계속되는 실정이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당직비도 지원하면서 일정 기간은 유지됐지만 무한정 할 수는 없다"며 "1년이 다가오면서 많이 지치는 게 제일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현장이 전공의 없는 1년을 버틴 데에는 전임의 역할이 컸다. 김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지난해 의료현장이 버틸 수 있게 한 지분 70~80%는 전임의 덕분이라고 봤다. 간호사가 대체하지 못하는 일을 전임의가 커버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임의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공의 부재로 업무 로딩이 폭증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전임의로서 교육을 받고 수술을 배워야 하지만, 본연의 역할이나 교육보단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뇌종양, 뇌혈관 등 파트에 전임의 지원이 많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차라리 빠르게 개원가에 정착해 돈을 벌겠단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 세브란스병원만 해도 신경외과 전임의 모집 충원율이 70% 수준이다. 모집기간이 남긴 했지만, 예전 같으면 이미 90% 충원율을 보여야 하는 시기다.

외면 당할 수밖에 없는 필수의료…2년은 못 버텨
오는 2월, 의료 정상화 위한 '마지막'


김 이사장은 내달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엔 정상화는 요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는 전공의 TO다. 사태가 2년차로 넘어갈 경우 인턴이 두 번 미배출되고, 전공의 1년차도 두 번 못 뽑게 된다. 결국 일부는 전공의 과정 도중에 군대에 가게 될 거고, 그들이 돌아왔을 때에는 동일 과목·연차로 복귀할 자리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신경외과를 하겠다면 기존에 몇년차였든 1년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이 경우 이들은 다시 필수의료를 택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전공의 수련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점도 문제지만, 군대에 다녀 온 인원은 힘든 과를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에도 부족하던 필수의료 인력이 한차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김 이사장은 "1년까지는 TO를 세이브 해놓을 수 있지만, 2년 3년 장기화 될수록 유지하기 어려워 돌아왔을 때 복귀할 자리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 친구들이 3년(군 복무) 뒤엔 힘든 과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화될수록 필수의료과에 지원하는 전공의 숫자나 지원율이 확 줄어들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사태 정상화는 내달 의료계와 정부가 타협점을 찾느냐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3월이면 이미 늦는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국면 등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워 의료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 적극적 의지가 없어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두 달 전 전공의 설문조사 결과 신경외과 전공의 70% 정도는 사태가 정상화되면 다시 신경외과로 복귀하고 싶어 한다. 필수의료를 선택한 전공의들은 나름의 소신과 신념을 갖고 선택한 인원들"이라며 "이들을 보듬고 이끌어 수련을 받도록 해주는 게 학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리티컬한 포인트인데, 정치 혼란 상황에서 해결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며 "3월이 되면 늦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시고 우선순위로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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