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공의 복귀조건 중 하나인 '열악한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는 법안 보완 및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김윤 의원이 지난 7일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 88시간에서 주 60시간 이내, 연속근무시간을 36시간에서 24시간 이내로 단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공의가 법정 수련시간을 준수할 수 있도록 환자 당 적정한 의사 및 간호사 수 등 수련병원 지정에 필요한 인력기준을 정하게 했다.
아울러, 국립대학병원, 지방의료원,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한 시·도 내 의료기관에서 상호 협력해 공동 수련하도록 해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하는 방안도 담았다.
A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교수는 12일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윤 의원의 법안을 두고, 수련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에서 수련을 관리할 것인지, 민간에서 관리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수련비용과 이 외에 부가되는 부분에 대해 재원 마련 등의 계획을 병원에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오랜 시간 연속해 근무하다보면 사고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근무시간을 단축했을 때 전공의가 기존에 하던 일을 다른 누군가가 대체해야 할 텐데 누가할 것인가,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전문의, 진료지원(PA) 간호사 등으로 충원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비용은 어떻게, 누가 감당할 것인가"라며 풀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존에 좀 저렴한 비용으로 오랜시간 근무를 시켜왔던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축한 후 민간에서 수련비용까지 전액 부담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특히 한시적이 아닌 '지속'이라는 부분에서 더 부담될 수 있다. 때문에 국가에서 수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련시스템을 정비해야 수련 환경 개선이 실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특례를 가장한 전공의 학대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련과 근무시간의 구분 없이 수련시간으로 총칭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서울대병원 하은진 교수는 "이 법 역시 특례를 가장한 전공의 학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인다. 수련과 근무시간의 구분이 없다. 물론 완전한 구분은 어렵지만 법안 내에서도 기존 88시간을 근무와 수련을 포함한 시간으로 보고 혼용하는 듯하다. 업무시간은 법정 근무시간대로 하고 추가되는 업무시간도 최대 60시간은 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연속 근무 역시 24시간을 넘지 않도록 해야 환자도 제대로 살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련을 내세워 전공의들에게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지 않도록 하고, 추가 근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수련시스템을 갖추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공의 공백과 의대생 휴학으로 신규 배출 의사 부족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수련을 시킬 전문의가 부족상황으로, 지방의 수련병원은 더욱 상황이 심각해 수련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하은진 교수는 "수련 환경 개선은 필요하지만 이를 실현시키려면 전문의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안 되면 결국 전공의 근무시간은 40시간인데 그들을 가르치는 전문의들은 80~100시간 일하느라 교육을 할 수 없는 기형적 구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지방 국립대의대의 경우 역량있고, 교육을 잘 할 수 있는 나이대의 교수 이탈이 어마어마한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수련을 위해서는 전문의 확보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 88시간 도입할 때도 전문의 충원 없이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여서 전임의와 주니어 스텝들 진료 로딩이 증가했고, 그 과정에서 대학병원 전문의의 매력도가 상당히 감소했다. 하물며 지금 상황에서 과연 김윤 의원의 법안이 실효를 가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결국,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로딩을 줄이고, 적절한 전문의 고용이 가능한 수가와 적정 인력 고용이 되도록 근본적인 병원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안에서 담고 있는 공동수련체제가 도입될 경우, 전공의 수련비용과 노동비용이 논란이 될 수 있어, 이를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도 내놨다.
하은진 교수는 "시·도 내 의료기관에서 공동 수련이라고 칭한 '네트워크 수련'의 경우 바람직한 관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전공의 근무처가 다양화돼 업무에 따른 월급과 수련비용을 내는 주체가 모호해 질 수 있다. 이에 기본적으로 수련비용에 대해서는 국가 부담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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