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지난 1년간 의료공백을 통해 드러난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필수 의료에 대한 기피 현상이 지속되는 반면, 비필수 의료의 인기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의료 인력의 배치와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인력 부족과 긴급 상황 대응을 위한 전문 의료진의 부재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응급의료, 소아진료, 분만 환경 등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분야를 위협하고 있다.
그 사이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의 절반 이상이 일반의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직한 전공의의 56.1%가 일반의로 재취업했으며, 이들 중 필수의료 분야에 재취업한 비율은 17.9%에 불과했다.
필수의료 공백이 커지는 가운데 상당수의 전공의들이 전문의 과정을 포기하고, 일반의 또는 비필수의료과 의원에 취직하면서 위기가 한층 악화되고 있다.
메디파나뉴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통계정보를 확인한 결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의원의 폐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2020년 이후 폐업률이 신규 개원 수를 초과하는 해가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기간 동안 산부인과 역시 신규 개원 대비 폐업 비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성형외과의 경우 2020~2021년 사이 신규 개원이 급증했으며, 이후에도 폐업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피부과 역시 안정적인 개원율을 보이며, 필수의료과와는 대조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은 비필수 의료는 경제적 안정성을 갖추고 있어 개원의들에게 선호되는 현상이 분명했다.
전공의 부족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맞물리면서 일반의 의원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4분기 기준 일반의 의원 수는 9442개였으며, 2023년에는 9642개로 전년 대비 2.11%(200개) 증가했다. 2024년 4분기에는 9915개로 집계되며 2.83%(273개) 늘어났다.
이는 전공의 과정이 아닌 일반의로 취업하거나 개원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서의 일반의 개원이 두드러지며, 지방 의료공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낮은 수가, 과중한 업무, 법적 리스크를 꼽는다. 소청과와 산부인과 모두 야간진료 및 응급상황이 빈번하며, 의료분쟁 가능성이 높아 개원의들의 부담이 크다.
이와 같은 필수의료 진료과는 개원 후 수익성이 낮아 폐업 위험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반대로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아 수가 제한에서 자유롭고, 야간진료나 응급상황이 적어 워라밸(Work-Life Balance) 유지가 가능하다.
현재 개원의들의 진료과 선택을 보면, 의사들은 필수의료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진료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하다. 일반의 의원 수 증가 추세는 이러한 기피 현상이 점점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와 같은 개원 추세가 지속된다면 의료 인력의 분포가 왜곡되면서 필수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1년을 넘어가자, 필수의료 지원 정책이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응급실 부족, 소아 환자의 치료 공백, 산부인과 폐업으로 인한 분만 환경 악화 등은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의료 인력 배분이 단순한 의사들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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