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의료사고 안전망, 수련병원 의무 고지 필요성 제기

사회적 인식 확보 차원…수련병원·국가 분담 규정 제안도
수련환경-의료사고 연결된 문제…수평위 독립성도 필요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3-04 13:11

김찬규 사직 전공의, 박재일 사직 전공의. 사진=조후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전공의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해 수련병원 의무 고지 제도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공의 특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제돼야 법·제도적 정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4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허윤정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전공의는 피교육자이자 수련생이란 신분을 고려할 때 법적 보호가 필요하지만 의료사고와 분쟁에 노출되는 문제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전공의가 연루된 의료 분쟁은 최근 늘어나는 추세고, 전공의들은 이를 개인적 시간과 비용을 들여 스스로를 방어하는 현실이란 설명이다.

허 교수는 "타국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형사 기소율과 상한 없는 민사 배상액으로 전공의는 언제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를 가진 채 의료 현장에 방치돼 있고, 이를 막아주기 위한 의료사고 예방과 법률지원에 대한 법적 조항은 전공의 특별법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며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채 관리 사각지대에서 의료행위를 하도록 내몰린 전공의가 스스로 책임 부담 주체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수련교육 양과 질 향상, 상급자 체계적 관리·감독 구조까지 법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공의 의료사고에 대한 완전한 면책까진 법적 구조를 짜기 힘들더라도 적어도 단독 책임은 묻지 않게 하거나 감형하는 등 고려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사직 전공의들도 의료사고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나타냈다.

김찬규 사직 전공의는 수련병원 의무 고지 제도를 제안했다.

수련병원에선 전공의를 만날 수 있고, 진료 과정에서 감수·이해해야 할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위한 것이다. 법과 제도는 사회 인식을 뒤따라가는 만큼 의무 고지 제도를 통해 수련병원에선 수련 과정을 거치는 전공의에게 진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담보돼야 전공의 보호를 위한 제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 사직 전공의는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독립과 도제식 교육 완화도 제안했다. 수평위 독립은 의학교육평가원을 활용하는 방식, 도제식 교육 완화는 바텀업 방식 수련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김 사직 전공의는 "판결문들을 보면 대부분 미흡한 사람이 시술했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흡한 사람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 사람"이라며 "수련병원에서 진료받는다는 사실을 의무 고지하는 제도를 통해 전공의 보호 제도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일 사직 전공의는 의료사고 발생 시 수련병원과 국가가 책임 분담 규정 신설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재일 사직 전공의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고연차 전공의 21명 가운데 12명이 의료 소송으로 인한 경찰 조사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수련을 받으면 절반이 의료 소송에 휘말리는 셈이며, 이 같은 현상은 기피과 근본적 원인이자 문제 악화 요인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해외 사례처럼 수련병원 법적 책임 분담 제도화와 손해배상 국가 분담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사직 전공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수술 분과 전공의 의료 소송 750건 가운데 85%는 병원이 기소됐고, 전공의가 기소된 건은 복합 기소를 포함해도 18%에 불과하다. 손해배상 국가 분담 역시 프랑스와 뉴질랜드는 무과실 의료사고 피해에도 국가 보상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근본적으로는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한 연속근무시간 단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36시간까지 연속근무가 가능한 상황에선 제대로 된 수련은 물론 진료나 판단도 올바르게 내릴 수 없다는 이유다.

과거 미국의 경우 부적절한 치료를 받고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36시간 연속 근무 중이던 전공의가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서 진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공의 과로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관련 법 제정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설명했다.

의료사고 안전망과 수련환경 개선은 연결된 문제인 만큼 박 사직 전공의도 수평위 독립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직 전공의는 "수평위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공의 추천 위원 비율을 과반 이상으로 확대하고 독립적 기구로 개편해야 한다"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수평위에서조차 전공의 목소리가 배제된 현 상태에선 수련 환경이든 의료사고 안전망이든 실질적 개선을 이뤄내긴 대단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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