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안전망, 엇갈리는 시선…"입법 결단 필요한 사항"

경실련 "전제부터 잘못, 특례"…의료계 "해법으론 역부족"
법조계 "소모적 논의론 끝 없어, 정부·국회 의지·결단 중요"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3-06 05:5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의료 사법리스크 대책 초안 공개를 앞둔 가운데 당사자인 의료계와 시민단체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에선 부족한 점이 지적되는 반면 시민단체는 특례라고 반발하면서다.

법조계 일각에선 소모적 논의보단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란 시각이 제기된다.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를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6일(오늘) 정부가 국회 정책토론회 자리에서 의료 사법리스크 대책 초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선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부 초안은 공개되기 전이나, 지난달 언론을 통해 내용이 공개된 바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 전제부터 비약적이란 주장을 제기했다.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나 수사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박 변호사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022년 발표한 자료에선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9건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피고인이 아닌 피의자를 말하는 것으로 잘못된 통계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과거 20년간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자 논문에 의하면 국내 의사 형사기소는 연 15건 내외로 추정할 수 있고, 박 변호사 실무상 경험에 비춰 대법원 판결문 기준으로 보면 연 30~40건 내외 정도로 봤다.

박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정부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은 비약적 전제 아래 마련된 의사에 대한 특례법안인 동시에 의료사고 피해자 희생과 전폭적 양보를 전제하는 것이라며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부족 현상은 미용·성형 등 비필수 분야 의사 수입·근무 조건이 유리해 이동한 데 따른 것이라며 실손보험·비급여 관리가 긍정적 대책이라고도 평가했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 대책에 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책이 실행되더라도 남은 의사를 잡아 두는 수준이지 떠난 의사를 돌아오게 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조병욱 미래의료포럼 정책정보위원장은 의료 분쟁과 관련한 부당한 판결이 문제되며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문제를 특례로 접근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의료계 내부에선 기소 여부보단 자문의 판단이 문제란 의견도 많다는 점을 언급했다. 자문의가 개인적 판단으로 잘못된 자문을 판사에게 제공해 정상적 의료행위에도 유죄를 받는 현상이 발생하자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떠나는 것이란 이유다.

따라서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임에도 특례란 인식을 주며 해법을 풀어가려 한 접근 방식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특례를 운운하며 풀어가려는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지금 내놓은 대책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남은 교수들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떠난 의사 가운데 돌아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부터 이해당사자 시각이 엇갈리자 법조계에선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란 지적이 나온다.

의료 전문 A 변호사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의료사고 안전망은 결국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문제인식을 분명히 하고 해결을 위한 각론을 찾아야지 바텀업 방식으로 디테일한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는 식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제도 도입엔 손해와 이익을 보는 입장이 공존하는데, 소모적 논의로는 답을 찾기 어렵단 것이다.

A 변호사는 "건강보험만 보더라도 혜택을 보는 국민도 있는 반면 아닌 국민도 있지만,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되니 하는 것"이라며 "소모적 논의가 아닌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사고 연간 기소 건수가 수십 건에 불과하단 경실련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의료정책연구원 자료가 피고인이 아니라 피의자인 통계라도 국내에선 대부분 기소된다는 점에서 틀린 통계라고 볼 순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주변 변호사들이 맡고 있는 형사 사건만 더해도 수백 건은 넘어갈 듯 하다. 제 경험과는 많이 다른 주장"이라며 "명확치 않은 레퍼런스로 과도한 형사처벌이 없다는 것은 앞서간 주장"이라고 말했다.

의사에 대한 특례란 시각도 지엽적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체계는 위기를 맞은 상태인 데다 전공의 복귀율이나 근무형태 등 비가역적 부분도 있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해법이라면 부작용을 일일이 따지기 보단 최선의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회적 보상이 적은 필수의료에 어떻게 다시 의사를 넣을까 하는 문제고, 사실 가장 돈 안 들고 쉬운 것이 '처벌은 안 할게'다"라며 "정부나 국회 의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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