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항암제 '병용요법' 급여‥"가치 판단할 새로운 평가 기준 필요"

현재까지 신청된 항암제 병용요법 대부분 비급여 상태
ICER 중심 경제성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병용요법의 가치 판단 제안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17 14:57

 
중앙대 약학대학 서동철 명예교수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항암제 '병용요법'이 암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국내 급여 제도에서는 여러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기존 ICER 중심 경제성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병용요법의 가치를 반영할 새로운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7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병용요법의 암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병용요법의 급여 정책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중앙대 약학대학 서동철 명예교수는 "제약업계의 항암 치료 파이프라인 50%가 병용요법일 정도로 대세가 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신청된 항암제 병용요법 대부분이 비급여 상태"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항암제 병용요법 급여 책정 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로 '경제성 평가'에서 비용효과성 임계값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병용요법의 약가를 개별 약물 가격의 단순 합산으로 책정할 경우, 비용효과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존 치료제의 가격이 이미 높게 책정된 경우, 보조 치료제의 비용이 추가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정 조합의 치료제가 생존율 증가 효과가 크더라도, 비용효과성이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급여 제도는 치료제별 가치 할당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각 치료제가 치료 효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하고, 이를 가격에 반영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동일한 약물이라도 단독 요법과 병용요법에서의 가치는 다를 수 있으므로, 이에 따른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서 교수는 강조했다.

서 교수는 "병용 치료제의 효과를 검증하려면 단일 요법과 병용요법을 비교하는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설계가 복잡하고 비용이 크기 때문에, 근거 자료를 생성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기존 급여 약제와 병용요법의 급여 인정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급여를 받고 있던 약제가 병용요법으로 허가될 경우, 급여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급여 협상을 시도하더라도 추가 약제 회사만 급여 신청을 하고 기존 제품 회사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검토 자체가 쉽지 않다.

특히 병용 약제가 위험분담계약(RSA) 대상일 경우, 기밀 유지 조항으로 인해 경제성 평가에 한계가 있었다.

서 교수는 해외 대비 낮은 국내 ICER 임계값을 지적하며, 질병의 위중도, 사회적 질병 부담 및 요구도,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신약의 임상적 혁신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존 ICER 중심의 경제성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병용요법의 전체적인 임상적·경제적 가치를 반영하는 새로운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대체 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 ▲생존 기간 연장 등 의미 있는 임상적 개선이 확인된 경우 ▲신속심사로 허가된 약제 등에 대해 탄력적 ICER를 적용하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서 교수는 기존 약제와 추가 약제를 독립적으로 급여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용요법의 총 비용 절감과 접근성 강화를 위해 '가치 배분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 모델에서는 병용요법의 추가 약제 급여 결정과 무관하게 기존 약제의 급여는 변경되지 않는다.

그는 "병용요법 평가 시 특정 환자군에서의 치료 효과, 부작용 감소, 사회적 요구도 등의 추가 가치를 고려한 평가가 필요하다. 병용요법 치료제의 가격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치료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신속한 급여 적용 후 실제 임상 데이터(RWD) 기반으로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도 제시됐다. 즉, 우선 급여 등재 후 RWD 자료를 수집하거나 별도 기금을 활용해 보완하는 방식이다.

병용요법 급여를 확대하려면, 보험급여기관과 제약사의 협상 참여 확대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서 교수는 "반독점 이슈를 우려하지 않고 논의할 수 있도록, 다중 이해관계자가 협력해 병용요법의 가격 협상 및 보험 급여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병용요법이 우선적으로 협상 대상이 될지 기준을 마련하고, 제조사 간 사전 협의를 통해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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