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까지 제약사들은 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바이오업체들은 그 외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과 전략에 도전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끝없는 성장과 변화는 제한돼있는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각 제약사와 바이오업체는 선택과 집중, 다각화와 전문화 등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주력사업' 확보와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주력사업 살펴보기, 줄여서 '주사기' 코너에서는 각 제약사와 바이오업체 성장에 앞장서고 있는 주력사업이 갖는 입지와 영향력,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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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고(故) 위제 정형식 명예회장 경영철학과 비전을 기려 국민에게 사랑받으면서 국민 건강에 기여하고 발전하는 일양약품으로 만들어 가자."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故 정형식 명예회장 장남)이 지난 1월 故 정형식 명예회장 추모식에서 한 말이다. 이는 창립 79주년을 맞은 일양약품이 경영철학과 비전을 잊지 않고 기업 이념을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 강조돼있다.
이 회사는 '인간 존중의 사명을 갖고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정성을 다한다'를 기업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1946년 7월 국내 제약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80년 가까이 기업 이념을 유지하며, 국내 제약업계에서 활동하는 중이다.
일양약품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을 주력 사업으로 기업 이념을 실천했다. 1957년 7월에 제1호 의약품으로 위장약 '노루모'를 선보였으며, 1971년 7월엔 인삼을 원료로 개발한 자양강장제 '원비디'를 발매했다.
이 회사는 일반의약품뿐만 아니라 전문의약품 연구개발(R&D)에 힘썼다. 국산 신약 14호 항궤양제 '놀텍정(일라프라졸)'과 국산 신약 18호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캡슐(라도티닙염산염)'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놀텍정은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계열 국내 최초 신약으로, 2009년 12월 국내 제약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양약품은 10여 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2008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승인을 얻어냈다.
슈펙트캡슐은 일양약품이 2001년에 R&D를 시작한 후 비임상, 임상을 거쳐 10여 년 만에 국내 신약 목록에 이름을 올린 전문의약품이다. 2015년엔 식약처 허가에 따라 백혈병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했다.
일양약품 주력 사업 입지는 실적에서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매출액(별도 재무제표)은 지난해 이 회사 실적에서 63%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메디파나뉴스가 일양약품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매출액 비중은 최근 9년간 63% 이하로 떨어진 바 없다. 2021년엔 매출액 비중이 72.5%까지 오르기도 했다.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매출액 비중은 원료의약품 등 수출액이나 건강보조식품 등 기타 매출액 비중과 비교해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원료의약품 등 수출액과 건강보조식품 등 기타 매출액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18.11%, 17.49%다.
항궤양제 놀텍정은 처방실적이 증가하면서 주력 사업 매출액을 뒷받침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놀텍정 처방실적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8% 이상 늘었으며, 2022년을 비롯해 2023년과 지난해까지 매년 3% 가량 증가했다.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캡슐은 기술 이전(라이선스 아웃) 과정에서 일양약품 주력 사업 실적 증가에 기여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슈펙트캡슐 기술 이전 계약금으로 210만달러를 수취했다.
이 회사는 주력 사업 강화를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도 확장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근이완진통제 '크로아존엔정'과 기능성 소화제 '멀티속정'을 출시했으며, 안구건조증 치료제 '미안톡톡점안액'과 변비약 '장제로큐 장용정'을 시장에 내놨다.
또한 일양약품은 놀텍정과 제산제를 더한 복합제 '놀텍플러스정20/500mg(일라프라졸,탄산수소나트륨)'을 올해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놀텍플러스정은 제산제로 위산 분해를 방지해, 놀텍정 흡수성을 개선한 미란성 식도염 단기 치료제다.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은 이 회사 주력 사업으로 입지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는 일양약품이 의약품 연구개발과 공장 증축에 자금을 투입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일양약품 연구개발비(별도 재무제표)는 최근 7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2022년에 200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271억원으로 증가했다. 271억원이 일양약품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하면, 10.4%다.
연구개발비가 증가한 이유는 일양약품이 다양한 품목 개발 및 허가 단계를 밟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놀텍 적응증 확대를 목적으로 3상을 진행 중이고, 슈펙트를 백혈병 2차 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해 4개국에서 3상을 이어가고 있다.
파킨슨병 치료제와 프리온 질환 치료제는 2상 단계에 있는 품목이다. 이 회사는 프랑스에서 슈펙트캡슐로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같은 국가에서 프리온 질환 치료제 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백신도 일양약품이 신경 쓰는 품목에 속한다.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계절독감 백신과 조류독감에 사용하는 신규 면역증강제 함유 백신은 이 회사가 허가 승인을 기다리거나 임상 진입을 앞둔 품목으로 꼽힌다.
일양약품은 백신 R&D에 이어 공장 증축으로 백신 생산 인프라를 확장하는 중이다. 2023년 8월 이 회사는 충청북도 음성군에 위치한 백신 공장에 300억원을 투자해, 완제라인을 늘리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생산 효율성 향상과 원가 경쟁력 확보는 일양약품이 백신 공장을 증축하는 목적이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0억원에서 257억1100만원을 집행했으며, 42억8900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올해 6월까지 증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식약처에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허가를 받기 위해 설비 안정화 및 독감 백신 시험 생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이번 인프라 확장을 바탕으로 '2025-2026절기 인풀루엔자 독감 백신 사업(NIP)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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