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증 환자 몰려드는 2차 병원…위험·피로 느는데 적자까지

전문의들 "의료전달체계 제대로 작동 안해…중환자 전원 힘들어"
병원 경영진 "응급시스템 유지에만 수십억 적자…지원책 시급"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4-16 11: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중증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2차 병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등증 이하 환자들이 대거 몰리는 데다, 악화된 환자를 상종으로 전원하기 어려운 상황이 잇따르면서다. 늘어난 업무와 책임에 비해 보상체계는 미비해 일선 경영진과 의료진 사이에서 우려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1일 '지역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과 '필수특화 기능지원' 추진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역 2차 병원에 대한 구조전환을 조속히 착수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선 2차 병원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2차 병원 지원방안이 실행되지 않은 채로 의료전달체계도 제기능을 못하면서, 2차 병원에서는 의료진의 피로도와 의료사고 위험, 병원의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지역 2차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A전문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체감되는 부분은 2차 병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의뢰할 때 확실히 어려워진 느낌이다. 의정사태 이전까지만해도 2차 병원에서 진료를 하면서 힘든 케이스나 복합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보냈다. 그런데 그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원활하지 못한 의료전달체계를 지적했다.

또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환자는 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의료진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역시 높아졌다. 현재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안 받아주니까 2차 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된다. 즉 수술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위험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논문이나 통계가 나온 것은 없지만 이로 인해 환자사망률도 상승했을 수 있고 의료진의 의료사고  발생이나 이로 인한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다른 2차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B전문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이후 환자량이 20%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외래 환자를 다 수용하지 못해 진료를 보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도 꽤 많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환자 중에는 처음 외래 당시에는 중증인줄 모르고 내원했다가 검사를 하면서 중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꽤 많다. 이러한 경우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보내야 하지만 전공의 부재 등으로 진료를 축소한 상급종합병원에 환자를 이송하기가 쉽지 않다. 즉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곤란한 경우가 더러 있다”고 짚었다.

한정된 의료진 안에서 증가된 환자를 봐야 하는 의료진의 고충도 있지만 경영진도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면서 중증·응급 환자가 증가하고 24시간 응급실을 유지해야 하면서 의료진 확충으로 인한 인건비 지출 등이 적자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의철 진주제일병원 병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5' 패널토론에서 2차 병원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 원장은 "의정사태 이후 대학병원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2차 병원으로 대거 유입됐고 처음에는 환자 증가가 수익 구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2차 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합병증 환자까지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하는 전달체계가 무너지면서 2차 병원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인력 보강까지 해야 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24시간 응급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만 대략 25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2차 병원이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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