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변경 연장특허권 회피 '제동'…대법원, 기준 첫 제시

[판결문 분석] 유효성분, 치료효과 및 용도 동일 여부 중심으로 판단

송연주 기자 (brecht36@medipana.com)2019-01-18 06:09


 
앞으로 융점이나 용해도 차이만 나타나는 염변경으로는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을 회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에 대한 국내 첫 최종심의 판단은 그 효력을 '허가대상 품목'에 국한하지 않고, 유효성분의 치료효과 및 용도가 동일하다면 미친다고 봤다. 미국·유럽이 채택하고 있는 '유효성분 설'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7일 다국적 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국내 제약사 코아팜바이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코아팜바이오 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특허법원에 환송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에 대한 해석에 있다. 아스텔라스의 과민성방광 치료제 '베시케어'는 아스텔라스의 신청에 따라 물질특허 존속기간 만료일이 기존 2015년 12월 27일에서 2017년 7월 13일로 연장된 의약품이다.
 
코아팜바이오는 '베시케어'의 '솔리페나신 숙신산염'을 '솔리페나신 푸마르산염'으로 염 변경해 '에이케어'란 약을 만든 후, 연장된 특허 만료 전인 2016년 12월 출시했다. 에이케어는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 것인데,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 1~2심 및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한미약품 '베시금(솔리페나신 타르타르산염)'도 동일한 케이스다.
 
앞서 특허법원은 "'연장특허권의 효력은 허가 등의 대상물건에 관한 특허발명의 실시행위에만 미친다'고 규정하는 특허법 제95조는 연장 특허권의 효력이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발명의 전 범위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연장등록의 이유가 된 품목허가를 받은 범위'에만 미친다"고 해석했다.
 
즉 '솔리페나신 푸마르산염'은 그 허가 대상물건(솔리페나신 숙신산염)과 다르기 때문에 염 변경 약물은 연장된 특허만료일 이전에 조기 출시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동안 국내와 일본 등이 채택했던 '주성분 설'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을 허가 등 대상 '품목'의 실시로 제한하지 않고, 치료효과 및 용도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특허발명을 실시하기 위해 약사법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과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특정한 유효성분, 치료효과 및 용도가 동일한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침해 제품(에이케어)이 염에서 차이가 나지만 통상의 기술자라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고, 인체에 흡수되는 유효성분의 약리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치료효과나 용도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침해제품에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푸마르산염은 숙신산염과 함께 흔히 사용되는 약학적 염인 클래스 1로 분류되고, 솔리페나신 숙신산염의 체내 투여 및 흡수과정은 푸마르산염의 경우에도 동일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이 염 변경은 통상의 기술자라면 쉽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종식 법무법인 규원 변호사(변리사)는 "대법원은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과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특정한 유효성분, 치료효과 및 용도가 동일한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의 기준을 제시했다"며 "결국 염변경에 있어서도 통상의 기술자들이 선택하기 용이한 수준의 변경이고 약리작용, 치료효과나 용도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침해로 인정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융점이나 용해도 차이 등만 나타나는 단순한 염변경으로는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저한 약리효과, 투여용량 차이를 보이는 염변경만이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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