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경영일선엔‥제약업계 20~30년대생 창업세대들 "안녕하십니까"

김재윤(한림)-박해룡(고려) 회장, 87세(35년생) 대표이사로 경영총괄
강신호(동아)-이영수(신신) 명예회장, 95세(27년생) 최장수 경영인

최봉선 기자 (cbs@medipana.com)2022-06-20 06:09

국내 제약업계에는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일선을 책임지고 있는 창업세대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한림제약 김재윤 회장과 고려제약 박해룡 회장이다. 이들은 1935년생, 만 87세이다. 2세들(김정진 사장과 박상훈 사장)과 함께 나란히 대표이사로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나이는 생물학적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제약업계에는 1920~30년대생 창업세대들 중에는 이처럼 대표이사 또는 등기이사 등을 맡아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일부는 미등기 임원이지만, 직간접적으로 경영자문을 하기도 한다.
 
▲국내 제약업계 창업세대 경영인들. (위 좌측부터)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 이영수 신신제약 명예회장, 김승호 보령 명예회장, 이종호 JW홀딩스 명예회장, 윤영환 대웅 명예회장, 김재윤 한림제약 회장.
 
국내 제약업계에 생존하는 창업세대 중 최연장자는 지난 2017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명예회장과 2021년까지 사내이사 직을 맡았던 신신제약 이영수 명예회장이다. 이들은 동갑인 1927년생 올해 95세이다.

강신호 명예회장의 경우 동아제약 창업주인 강중희 선대회장의 아들로 2세 경영인이지만, 지주사 전환이전까지 40여년간 제약업계 1위 기업을 유지해 온 창업 1.5세대로 볼 수 있다. 동아제약그룹은 1932년 12월1일 故 강중희 회장에 의해 창업한 이후 서울의대 출신(52년 졸업)인 강신호 명예회장이 1959년 입사(1975년 대표이사 취임) 했으니 60년 넘게 기업을 이끌어 왔다.

`파스의 명가`를 일궈낸 이영수 명예회장은 1959년 신신제약을 설립한 창업주로 대한민국 최초의 파스 `신신파스`를 탄생시키며 당시 육체노동으로 인한 통증에 시달리던 국민을 위로하고 고가의 밀수품 일본 파스로부터 파스 독립을 이뤄낸 장본인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했으나 올 2월 아들인 이병기 대표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국내 제약업계 창업세대 경영인들. (위 좌측부터) 박해룡 고려제약 회장, 박해돈 한국파마 회장,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 최윤환 진양제약 회장, 윤원영 일동홀딩스 회장, 류덕희 경동제약 명예회장.

이어 일성신약 윤병강 회장이 92세(30년생)로 2019년 말까지 등기이사직을 유지한 후 2020년부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보령제약그룹 김승호 회장이 91세(31년생)로 등기이사는 아니지만, 명예회장으로서 김은선 회장에 이은 김정균 대표의 3세 경영에 미소를 짓고 있다.  
 
JW그룹 이종호 명예회장은 90세(32년생)로 JW중외제약 창업주인 이기석 선대회장에 뒤를 이은 2세 경영인이지만, JW그룹을 반석 위해 올린 창업 1.5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JW그룹은 현재 아들인 이경하 회장이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이어 대웅제약그룹 윤영환 명예회장이 88세(34년생)로, 2018년 3월말 사내이사 임기만료까지 경영을 총괄했으나 이후 그룹 전반을 아들인 윤재승 회장에게 맡기고 현재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한국파마 박재돈 회장(86세, 36년생)은 장녀인 박은희 사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겼지만, 아직 최대주주로 남아 등기이사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안국약품 어준선 회장과 진양제약 최윤환 회장은 37년생으로 올해 만 85세이다. 어 회장은 올 초까지 아들(어진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직(3월 3일 사임)을 유지했으나 현재는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 있다. 반면 최 회장은 아들인 최재준 사장에게 최대주주와 대표이사직을 물려주고 현재는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며 회장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일동제약그룹 윤원영 회장(미등기), 경동제약 류덕희 회장(미등기), 신일제약 홍성소 회장(등기) 등이 38년생 만 84세를 맞았다. 윤원영 회장만이 일동제약 창업주 故 윤용구 선대회장에 이은 2세 경영인이며, 그외 인사들은 모두 창업주들이다.
 
이외에도 조아제약 조원기 회장(등기)이 40년생, 삼진제약 대표이사인 최승주·조의환(등기이사) 회장이 41년생으로, 모두 2세 경영체제에 들어갔으나 여전히 경영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유행가 가사의 주인공처럼 80~9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영일선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집행부들은 업계 현안이 대두되면 원로들을 찾아 견해를 청취해 회무에 반영할 만큼 아직도 업계 전반의 영향력은 상당하다"면서 "이들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의 격동기 속에서도 기업을 이끌어온 제약산업의 산증인이기에 이들의 경험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두 연세가 있어 몇몇 인사는 시니어타운 등에서 요양을 하거나 지병 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인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라 했던가.

일양약품 창업주 故 정형식 명예회장은 살아 생전에 "그때 그 시절 10여 제약사 창업자들은 개인이나 국가가 돈이 없을 때 거의 빈손으로 `사즉생`(死卽生) 각오와 `세상에서 백번 어려움을 참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일근천하(一勤天下) 백인당중(百忍堂中)`의 집념으로 제약보국을 이룩했다"면서 "그러나 인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니 이들 선구자(先驅者) 동지들 대부분이 이미 타계(他界)해 참으로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 역시 지난 2018년 1월 27일 향년 97세 일기로 작고했다.

한편 국내 제약업계는 1897년 설립돼 이제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초의 동화약품(당시 동화약방)과 100년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유한양행(1926년), 삼성제약 1929년, 동아제약 1932년, 종근당과 일동제약, 유유제약 1941년, 삼천당제약 1943년 등 7개사가 일제 강점기에 설립됐다. 이어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대한약품, 삼아제약 등 4개사는 1945년 해방과 함께 설립된 `해방둥이` 기업들이다.
 
일양약품이 1946년, 삼일제약이 1947년에 설립됐고,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후인 1954년에 한독약품(현 한독), 1955년에 안국약품과 이연제약, 57년에는 보령제약(현 보령), 동성제약, 바이넥스, 경남제약 등 4개사, 58년에 대원제약과 근화제약(현 알보젠코리아), 59년에 제일약품과 국제약품, 60년에 부광약품, 61년 일성신약, 62년에 신풍제약과 영진약품, 63년에 광동제약이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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