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경험평가' 놓고 실효성 의문‥'신뢰성' 논란은 계속

'전화 설문'으로만 이뤄지는 평가 방식, 대표성과 신뢰도 낮아
환자경험평가 공개로 의료기관 간 경쟁 심화하고 서열화 부추긴다는 비판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8-24 11:4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기적으로 시행 중인 '환자경험평가'에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환자중심성(Patient-Centeredness)은 의료의 질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여러 국가에서 환자 경험(Patient Experience)을 보건의료체계의 성과를 평가하는데 필수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의료소비자 관점에서 의료 질 향상을 유도함으로써, 환자중심 의료 문화 확산 및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환자경험평가'를 시작했다.

환자경험평가는 쉽게 말해,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개인의 선호, 필요, 가치에 상응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았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평가는 1일 이상 입원한 만 19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평가 영역에는 ▲의사 영역 ▲간호사 영역 ▲투약 및 치료 과정 ▲병원 환경 ▲환자 권리 보장 ▲전반적 평가 등 6개가 포함된다.

환자경험평가는 1차 2018년 8월, 2차 2020년 7월, 3차 2022년 8월에 결과가 공개된 상태다.

그런데 이 좋은 취지의 환자경험평가가 왜 신뢰를 얻지 못하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평가 방법이다. 현재 환자경험평가는 '전화 설문'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대표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심평원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심평원은 지난 2월, '환자경험 평가 조사방법 다양화 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이 당시 심평원은 1·2차 평가 시행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평가 인지도 부족 및 전화 조사 방식 한계점으로 인해 설문조사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언급했다.

이 이유로는 보이스피싱 오인 통화 거부, 중·장년층 근로시간대 전화 응대 어려움 등을 꼽았다. 이렇다 보니 조사 응답률은 1차 평가 10.7%, 2차 평가 10.4%, 3차 평가 14.2%에 그쳤다.

심평원은 4차 산업혁명·포스트 코로나 등 사회·문화적 흐름에 따라, 병원 평가에 대한 국민 접근성 향상을 위해 모바일 웹 조사 등 조사방법 전환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내과의사회는 '평가 문항'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평가 문항에는 ▲의료진이 환자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췄는지,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는지, 위로와 공감을 해줬는지 ▲다른 환자와 비교해 공평한 대우를 받았는지 등이 있다.

의협은 동일한 서비스를 받더라도 평가 결과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결국 진료보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만 신경쓰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내과의사회는 평가 문항에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내용이 있고, 환자가 진료 이외 상황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 수준을 고려하지 않아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환자경험평가 대상기관은 1차 평가의 경우 95개소(상급 42개, 종합 53개), 2차 평가 154개소(상급 42개, 종합 112개), 3차 평가 359개소(상급 45개, 종합 314개)로 점차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자경험평가 대상이 향후 병·의원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내과의사회는 "결과 공개에 따라 환자에게 병원에 대한 선입견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도 "만약 환자경험평가 대상이 의원급 의료기관과 외래로 확대된다면, 의료기관들을 경쟁시키고 서열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심평원이 진행 중인 '환자경험 평가 조사방법 다양화 방안 마련' 연구용역은 오는 9월까지 완료 예정이다.

해당 연구에는 ▲현행 환자경험 평가 전화조사 현황 및 문제점 파악 ▲제외국 환자중심성 평가 모바일 조사 사례 및 결과 활용방안 검토 ▲모바일 웹 조사 성공적 도입을 위한 예비조사(Pilot test) 수행 ▲예비조사 결과분석 기반 환자경험 평가 조사방법 다양화 방안 마련 ▲조사 참여자 및 웹 프로그램 간 의사소통 효과성·효율성 극대화 방안 제언 등이 담긴다.

심평원은 이를 통해 "향후 지역 중소병원으로의 평가 대상 확대 및 외래·응급실 등 평가영역 확장을 위해 조사기간, 인력, 비용 증가를 고려하고 있다. 현행 전화 조사 방법 이외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환자경험평가 조사 방법을 추가 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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