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선택 핵심 요인은 '경험'…임상실습 확대해야

농어촌 지역 성장·임상실습 경험·의대 위치가 진료 동기
국내 임상실습 90% 대학부속병원서…지역의료 '경험' 늘려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2-11 06:02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지역의료 진로를 선택하는 요인으로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의대 시절 경험을 늘릴 지역의료 임상실습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경상국립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지현 교수는 최근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에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서 교수는 농어촌 지역이나 소외 지역 의료진 부족은 전 세계적 문제라는 점을 설명했다. 이미 지난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농어촌 지역 의료진 부족에 대한 근거바탕 정책을 제시하면서 더 많은 의료진 교육을 권장한 바 있다. 

실제 해외 연구에 따르면 의대생이나 의료진이 농어촌 지역 진료를 하게 된 동기로는 ▲농어촌 지역 성장 ▲농어촌 지역 일상실습 경험 ▲농어촌 지역에 의대 위치 등이 있었다. 즉 농어촌과 접촉이 없는 상태에선 농어촌 지역 근무를 고려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

서 교수는 미국의 경우 지난 1971년부터 미네소타 의대 3학년 임상실습 동안 9개월간 농어촌 지역 일차진료의와 만나는 1대1 교육, 멘토링 등을 경험하는 농어촌 의사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참여 학생 1175명 가운데 82%가 일차진료의가 됐고, 68%는 가정의학과를 선택했다. 이후 2007년까지 조사 결과에 의하면 참여 학생 44%는 농어촌 지역에 근무하고 있었고, 14%는 농어촌과 도시 지역 모두에서 진료를 담당하고 있어 50% 정도가 농어촌 지역 진료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시드니 대학의 경우에도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코호트를 통해 의대생들이 농어촌 지역에서 장기간 임상실습 경험을 한 경우, 농어촌 인턴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츠쿠바 대학에서는 의대 신입생에게 농어촌 지역 1일 조기 노출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농어촌 지역 의료 흥미도가 경험 전 39%에서 경험 후 61%로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서 교수는 "의대생 대상 농어촌 지역 임상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농어촌 지역에 사는 것을 경험한 학생들이 미래에 농어촌 지역에서 일 할 의향이 있다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연구와 발표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농어촌 지역을 경험할 임상실습 프로그램 필요성이 더욱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내 의대의 경우 대부분이 대도시에 있고, 임상실습은 90% 이상이 대학부속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보건지소에서 의료인을 만나 선배 의사 삶에 대해 간접 경험을 한다거나 이론과 질병 중심 강의 형태에 그쳐 해당 분야 전문성이나 바람직한 전문가 롤모델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정보를 갖기 어려운 현실이란 설명이다.

서 교수는 의대 사회적 책무 중 하나가 지역사회 보건의료 문제를 파악하고 필요한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것인 만큼, 소도시·농어촌 지역 공공병원에서 임상실습을 정규 또는 선택 교과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필자는 의대 3학년 소아과 임상실습 중 의식이 없는 중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교수와 전공의가 보호자와 면담하는 모습에 반해 진로를 결정했고, 현재도 대학병원에서 중환자 진료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외국에서 농어촌 지역 임상실습 경험이 미래 농어촌 지역 공공병원 의료진으로 일할 의향으로 연결됨을 보여준 것처럼 국내에서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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