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문근영 기자] 의약품 수급 불안정은 여러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오래된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원료 수급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의약품 수급 불안정은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마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점은 의약계와 산업계에서 나오는 공통된 견해다.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진 않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주요 사안으로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납땜 처방'이 아닌 '근본 처방'을 마련하겠다고 칼을 빼 들었다.
의약품 공급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도 메디파나뉴스와 관련 질의응답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약가 인상을 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론 '의약품 수요 예측 시스템 개발'과 국산 원료의약품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해결 실마리를 풀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 수급불안정 31개 품목 18.5~76% 인상 단행
우선 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수급 불안 의약품 대응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운영했다.
협의체에는 복지부, 식약처, 질병청 등 3개 부처와 대한의사회·대한약사회·제약바이오협회 등 5개 관련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 약품 수급불안 대응 절차를 마련하고, 먼저 소아약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수급 불안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상을 단행했다. 채산성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 아세트아미노펜, 슈도에페드린 등 6개 성분·31개 품목을 대상으로 적게는 18.5%에서 많게는 76%까지 약가를 인상한 것.
아울러 미분화부데소니드, 세프포독심프록세틸 등 12개 성분에 대해서는 제약사 생산을 독려하고, 원료 수입이 원활하도록 행정 지원을 했다.
식약처도 의약품 수급 안정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필수의약품과 공급중단 보고 대상 의약품을 중심으로 의약품 공급안정 제도를 운영 중이다. 공급중단 사유에 따라 행정 지원, 긴급 도입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민관협의체 등 참여를 통해서는 실질적인 제약사 생산 독려 방안을 이끌어 냈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눈길을 끄는 모습을 보였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채산성 원인으로 증산이나 품목유지가 어려운 제약사를 위한 약가 인상을 건의했다"면서 "실제 아세트아미노펜, 수산화마그네슘, 슈도에페드린, 미분화부데소니드, 툴로부테롤 등 다수 의약품 약가가 인상됐다"고 부연했다.
올해 초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려는 식약처 의지도 눈에 띈다. 의약품안전국 내 의약품관리지원팀을 신설하며, 기존 의약품정책과 한 부분을 담당한 인적자원을 별도 팀으로 재배치했다.
의약품관리지원팀 한 관계자는 "의약품 수급 문제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상황이라 의약품정책과 한 부분으로 수행하는 업무량이 늘고 중요성이 커져 이번 팀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신설된 팀은 의약품 공급안정제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소아·청소년 사용 의약품이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 등 정책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공급부족 보고 의무화나 보고 내용 실시간 정보공개 등 의약품 공급부족 보고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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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부족 사전 대응 위한 시스템 마련
단기 처방이 약가 인상이라면, 보다 근본적인 처방도 마련될 전망이다. 우선 의약품 부족 사전대응을 위한 수요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고, 국내 생산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그 첫 번째로 의약품 수요 예측 체계 마련을 추진한다. 수급 불안정 의약품 출고량 및 사용량 시계열 분석, 수급 불안정 발생 감지 인공지능(AI) 모형 등 연구를 통해 의약품 수요 예측 체계 마련을 검토한다.
제약사가 미리 의약품 생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통합된 의약품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예측 시스템 고도화에 나서는 것.
이를 위해 식약처도 의약품 수급 예측 시스템 운영 구축에 나섰다. 올해 시범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약품 수급 예측 모델을 만드는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중보건 위기대응을 위한 의료제품 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식약처 의약품관리지원팀 관계자는 "향후 인력을 보강해 앞으로 추가되는 업무뿐 아니라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수급 정책 총괄,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관리, 의약품 생산·공급 중단보고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는 국산 원료-완제로 이어지는 의약품 생산역량 강화를 위한 약가인상도 추진한다. 의약품 공급불안정 이슈 대부분은 '제약사 공급상 문제'에 해당하는 만큼, 결국 이 문제는 ‘의약품 주권 확립’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완제 의약품의 31.3%, 원료의약품의 88.1%를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제조기반이 취약하다. 따라서 원료의약품 생산국의 생산 중단이나 지연, 혹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이슈가 터져버린다면, 우리로선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어진다.
제약사 공급상 문제 중 수입 문제·지연이 61.3%를 차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복지부는 국가필수의약품이 국산원료를 사용 시 약가를 최대 10년까지 68% 가산해 신규등재하고, 상한금액 인상 평가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 의약품 수급 불안정 대응 체계 마련을 위한 제도화도 마련했으나 현재 국회 계류 중에 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이를 위한 약사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면서 "공급관리위원회의 설치와 수급 불안정 의약품 지정, 긴급 생산·수입 명령, 유통개선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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