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의대정원 증원 찬성 여부를 떠나 급격한 증원으로 인한 교육 질 저하 우려에 입을 모았다. 특히 정부 정책 옹호에 주력하던 여당 의원들까지 교육 질 저하엔 우려를 표했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급격한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먼저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정부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서 의원은 전공의 복귀가 요원하다는 상황을 짚고, 복귀하더라도 빅5 병원 인기과에 몰려들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 의료개혁이 목적과 정반대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으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꼽았다. 복지부는 그동안 의료계와 의정갈등이 생길 때마다 근본적 해결책 강구가 아닌 각종 행정명령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었고, 결국 수십 년에 걸쳐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결과란 지적이다. 이번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며 내놓은 대책들도 모두 한 템포 늦어 의료계 반발을 키웠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특히 급격한 증원 규모를 따라갈 의대 교수 채용도 회의적으로 봤다. 정부는 최근 의대 교수 채용 시 개원의 경력을 인정하는 대학 교원 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지금도 구하기 어려운 지방의대 교수 채용을 기준 완화로 채울 수 있을지 회의적이란 시각이다. 아울러 교육 질 담보에도 의문을 표했다.
서 의원은 "의대생을 가르치고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의대 교수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다루기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라며 "비교적 단순한 진료만 담당하던 개원의를 의대 교수로 채용한다면 과연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당 한지아 의원도 의대 증원 규모를 따라갈 교수 채용 가능성에 우려를 더했다.
한 의원은 먼저 기초의학 교육 중요성을 되짚었다. 모든 기초의학 교육에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해부학, 병리학, 예방의학 등은 반드시 의사가 교육해야 하고 기초의학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는 해마다 줄고 있고, 내년 1509명 증원에 따른 기초의학 교수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우려다.
한 의원은 "내년 1509명 증원에 따른 기초의학 교수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걱정된다"며 "내년 증원에 따른 기초의학 분야 교수에 대한 대학 수요를 조사한다고 했는데 굉장히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 수요가 나오면 공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기초의학 교수 풀을 확인해 의대와 매칭하는 시범사업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교육부에 적극 의견을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교육 질 저하 우려는 야당에서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도 의사로서도 의대정원 증원에 찬성하지만, 갑작스런 1509명 증원에도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충북대 사례를 들기도 했다. 충북대는 기존 정원 49명에서 125명으로 76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충북대병원은 중환자실을 포함해 800병상을 갖고 있다. 향후 본과 3, 4학년 250~300명이 실습에 참가하게 되면 임상의사와 학생, 환자 비율이 1대 1 수준이 되는 셈이다.
김 의원은 "의대 교육을 받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실습과 수련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전체회의에 참석한 의사 출신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게 급격한 의대 증원이 의학교육에 미칠 영향에 대한 소신을 묻기도 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우려되는 부분은 있지만 보완 조치로 극복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 이사장은 "본과 1, 2학년 과목은 대개 강의식이기 때문에 숫자가 많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며 "그러나 실습 문제는 실습생이 너무 과다하게 되면 과거와 환경이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시간이 있으니 여러 보완 조치를 하면 가능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반면 외과를 전공한 강중구 심평원장은 정 이사장보다 강한 우려를 표했다.
강 심평원장은 "실습하는 해부학이나 조직학, 병리학, 약리학 등은 상당한 교육이 필요해 앞으로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해야 될 거라고 생각되고, 특히 기초학 교수가 부족해 가장 많이 걱정된다"면서 "개인적으로 외과를 했기 때문에, 외과는 집중적으로 많은 1대 1 수준 교육을 시켜야 한다. 많이 고민해야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