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코로나 대응과 비교된 尹 의대 증원…'인정·존중' 빠졌다

[인터뷰] 민복기 대구광역시의사회장
文 정부 초기 실책 인정하고 전문가 의견 존중, 대규모 피해 막아
"잘못 판단된 부분 있으면 국민께 설명하고 수정하는 자세 필요"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7-30 05:56

민복기 대구광역시의사회장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초기 대응과 윤석열 정부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을 모두 일선에서 겪은 지역의사회장이 결정적 차이점으로 '인정'과 '전문가 존중'을 꼽았다. 실수 인정과 전문가 존중 부재로 의정 신뢰가 무너진 현 상태로는 향후 감염병 발생 시 유럽, 미국 사례와 같은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복기 대구광역시의사회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초기 의료 혼란에 빗대 현 상황을 되짚었다.

민 회장은 당시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으로 의료현장 일선에서 활약한 바 있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월 말 당시 민 회장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 회의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코로나19를 펜데믹으로 격상하고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를 감기 정도로 국민에게 설명했다.

결국 2월 18일 대구 첫 환자 발생 이후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민 회장은 25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도 코로나19 위험성을 주장했지만,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종식을 발표했다. 전문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실망한 의료진들이 26일 포기하고 철수하기도 했지만, 민 회장은 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매일 수천 명 이상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는 예방의학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 발표 이후 정부는 대응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는 초기 판단을 잘못한 것을 시인하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에 상주하면서 매일 회의 때마다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며 최선을 다했다는 설명이다.

민 회장은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분야를 정교하게 다 잘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전문가 의견이 필요한 것"이라며 "잘못 판단된 부분이 있으면 국민께 설명해 드리고 빨리 수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회장은 당시 유럽이나 미국에서 수많은 국민이 사망한 점과 달리 대한민국은 4월께 이르게 감염이 안정화된 점은 외신이 주목했다고도 설명했다. 이를 가능케 한 원인으로는 전문가 존중과 빠른 정책 수정, 의료진 헌신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첫 환자 발생 이틀, 확진자는 10여 명에 불과했지만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 권영진 대구시장과 정부가 대구동산병원, 국군대구병원 등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협조해 준 점 ▲군의관, 공중보건의, 간호장교 등 차출을 전문가 의견에 따라 3일 만에 차출할 수 있었던 점 ▲2015년 메르스를 기준으로 한 대책·제도를 전문가 건의에 따라 코로나19에 맞춤으로 빠르게 수정한 점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이에 호응한 전문가들이 사명감을 갖고 국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펜데믹 초기 해외에 비해 큰 피해 없이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민 회장은 같은 맥락에서 이번 의대정원 증원 사태 후유증 가운데 의정 신뢰 붕괴를 꼽기도 했다. 지금처럼 의정 신뢰가 붕괴된 상태로는 향후 다가올 펜데믹 위기에서 외신이 놀란 전문가 헌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다.

민 회장은 "이번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과 젊은 전공의, 의대생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정부, 의료계와 국민 신뢰가 사라지면 국가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언제든 새로운 펜데믹은 올 수 있다. 국민께서 수준 높은 의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을 홍보할 때 달콤한 결과만을 제시한다면 찬성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며 "정책을 이루기 위한 목적, 준비·감수 비용 등 설명이 빠진 대중영합주의 정책이 당장은 듣기 좋아 보이나 결국 국민께서도 잘못된 정책임을 아시게 될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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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2024.07.30 10:19:11

    독감의 일종인 코로나에 대응한다고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전국민이 그 고생을 했는데 그런 과잉 정책에 일조한게 무슨 자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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