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등 필수과 위기상황 지속…10년은 신규 유입 '無'

29일 '흉부외과 소멸위기 및 전공의 사직관련 기자회견'
2025년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 사실상 6명 남아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대책마련 위한 정부의 신속하고 전향적 변화" 촉구
의대교수, 의대증원 여파로 필수과 전공의 기피현상…피해는 국민이 감당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7-30 05:58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흉부외과뿐만 아니라 외상, 응급의학과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과도 전공의 사직 영향으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신규 유입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하면서 인턴 배출이 안 되고, 이는 레지던트 부재로 이어져 도미노처럼 의료공백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근거 없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해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 및 의료 공백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29일 국회 국민소통관에서 '흉부외과 소멸위기 및 전공의 사직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해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가 올해 2월 무대책, 무근거 증원이 발표되기 전 107명이었으나 이후 12명만 남았다. 심지어 절반은 내년이면 병원을 떠날 졸업연차들로, 2025년이면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는 6명이 남게 된다"며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또 "이 같은 일은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에도 똑같이 일어날 것이다. 정부가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에 국민들의 피가 뿌려진다"며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정부는 대책 마련을 위한 신속하고도 전향적인 변화를 즉시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공의 소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흉부외과 뿐만 아니라 수술, 응급 등 원래부터 전공의 지원이 적었던 필수과에서는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29일 A 수련병원 입원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전화에서 "흉부외과뿐만 아니라 외과 등 필수과는 (전공의 사직의) 영향을 다 받을 것이다"며 "문제는 전문의가 나와야 전문의들이 다시 펠로우를 선택한다"며 전문적인 수술이나 중환자실을 볼 의사 부족에 대한 걱정을 내놓았다. 

이어 "전임의를 선택할 때 대장 항문 쪽 수술을 한다든지, 위 수술을 하는 등 세부 전문 분야를 또 배우게 된다. 전공의 하고 나서 전문의를 딴다. 그런데 전문의도 기본적인 수술은 하겠지만 암 수술 등을 하려면 펠로우 1년에서 2년 정도는 해야 외상 수술이나 중환자실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전문의 자체 숫자가 확 줄어버리면 연쇄 파급 효과가 가해지게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대생들도 국가고시 시험을 안 치면, 인턴 수급이 안 되고, 인턴이 레지던트로 올라가야 되는 데 그 수급도 없을 것이다. 그냥 쭉 연차들이 다 밀려서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결국, 전문의 초년생들이 세부 분과를 해야 되는 데 분과 전문의 자체도 지원자들이 줄어들 것이고, 약 10년은 신규 유입이 거의 없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전공의가 없는 수련병원에서 그들이 담당했던 업무를 교수들, 전문의들이 나눠지면서 이끌어온 5개월이 더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의료진들의 번아웃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의 비전문적인 응급실 대응책이 국민 피해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 수련병원 교수는 "그냥 전공의들 없이 당직도 서고 버티고 있다. 그래도 위급한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응급 수술 위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응급의학과는 타격이 심하다. 응급의학과는 초진을 봐야 한다. 기존에는 전공의하고 전문의하고 같이 보던 시스템이었는데 전공의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응급실로 몰아닥치는 환자들을 다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제 5개월쯤 지나니까 나가떨어지고 있다"고 번아웃되고 있는 의료진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 그러니까 외과의사, 내과 의사들 보고 응급실을 담당하게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며 의사들이 볼 때 말도 안 되는 대책을 내놓고 국민들 눈을 가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박봉에도 환자를 살린다는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필수과 전공의들이 지난 5개월간 이에 대해 손상을 입고 돌아오지 않거나, 관련 과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돼 신규 유입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거다.

C 대학병원 교수는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내외산소 응급의학과의 경우 점점 더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질 것이다. 그 사람들이 박봉에도 전공의를 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생명을 살리면서 느낄 수 있는 보람에 있었다. 그런 감정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끼기 어렵다"며 그동안 사명감을 느끼며 일해 왔던 필수 분야 전공의들이 헌신에 경의를 나타냈다.

이어 "하지만 지난 5개월 동안 그 자부심을 완전히 뭉개 놨다. 그래서 정말 어렵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향후 많은 고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정말 소중히 키워야 한다"며 그러지 못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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