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프로그램을 도입한 지 2년여가 지났다. 그간 GIFT를 통해 여러 제품이 허가 심사 기간 단축으로 환자 치료를 도왔다. 반면, GIFT 목록에 올랐으나 19개월째 허가 관련 소식이 들리지 않는 품목도 있다.
다가오는 13일은 식약처가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지 만 2년 되는 날이다. GIFT는 암을 비롯해 중대한 질환 또는 희귀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허가 속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2년간 식약처는 34개 품목을 GIFT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중 3일까지 식약처 허가 심사를 통과한 건 한국로슈 '룬수미오주'(모수네투주맙), 한독 '엠파벨리주'(페그세타코플란), 한국화이자제약 '엘렉스피오주(엘라나타맙) 등 12개 품목이다.
일례로 룬수미오주는 식약처가 진행한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성과를 보여준다. 해당 의약품은 계열 최초 CD20 및 CD3 이중 특이항체 치료제로, 재발성·불응성 소포성 환자에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현주 한국로슈 A&P(Access&Policy) 클러스터 리드(Lead)는 이와 관련해 식약처 인터뷰에서 "룬수미오주가 GIFT 1호 품목으로 지정된 후, 품목허가 신청 시점 직후 설명회 등을 활용해 심사자와 수시로 소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슈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심사 기간 준비된 자료에 대해 심사자 의견을 빠르게 받을 수 있어 전체 허가 기간이 예상보다 단축됐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미충족 의료 영역에 있는 한국 환자들이 글로벌 신약을 더 빠르게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됐다"며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소포성 림프종에 대한 사회적 질병 부담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같은 내용은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목표와 연결된다. 지난해 11월 박재현 식약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신속심사과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GIFT를 진행하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일반 심사 기간보다 25%를 단축하는 게 목표"라며 "법정 심사 기간이 화학의약품은 120일, 바이오의약품은 115일이지만, GIFT 품목은 90일 이내 품목허가 심사를 마치기 위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당시 박 과장이 언급한 룬수미오주 심사 기간은 근무일 기준으로 86일이다. 룬수미오주 허가는 식약처가 GIFT 대상으로 지정한 후 약 11개월이 걸렸으나, 이는 허가 자료 보완 기간 7개월 정도를 포함한 기간이다.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프로그램 운영에서 성과만 확인된 건 아니다. 일각에선 GIFT가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 치료 기회 제공, 품목허가 심사 기간 단축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아쉬움이 없진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원발성 면역글로불린A(IgA) 신병증을 앓고 있는 A씨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식약처 허가 목록에 치료제가 없어 해외 업체를 통한 의약품 수입 경로를 찾은 바 있다면서, 고혈압약과 소금을 줄인 식단으로 치료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가 현재 상황을 얘기한 이유 중 한 가지는 원발성 IgA 신병증 치료에 쓰이는 메디팁 '네페콘'(부데소니드) 허가 심사 진행 현황을 알 수 없어서다. 네페콘은 지난해 2월 식약처가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대상 제2호로 지정한 의약품이다.
A씨는 "GIFT 대상 제3호 엠파벨리주, GIFT 대상 제4호 엘렉스피오주 이렇게 쭉 허가됐는데, 이들보다 먼저 GIFT 대상으로 지정된 네페콘은 허가 목록에 없다"며 "식약처에 문의했으나 자세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신병증 환우회 사람들이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이달에 허가된다고 얘기하던데, 관련 업체나 식약처에 연락해도 그런 계획 없다고 했다"며 "올해 연말 허가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해 메디파나뉴스와 서면질의에서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정 제품에 대해 신속한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나, 상세한 진행 현황 및 허가 예정 시기 답변은 어렵다는 걸 양해바란다"고 답했다.
A씨는 식약처 답변에 대해 "저도 몇 번 전화했는데, 전부 그렇게 말했다"면서 "환우들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 청원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나서는 사람도 있던데, 워낙 환우들이 많지 않으니까 단합되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허가 시점 등 답변이 곤란한 부분이 있지만, 일반 품목이 아니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대상인 원발성 IgA 신병증 치료제 허가 심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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