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줄이자"…국내외 기업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행보

보툴리눔톡신 품질평가 위한 마우스 희생 연 60만 마리 이상
동물대체시험 도입 움직임 나오고 있지만 완벽한 개발 어려워
휴젤, 동물대체시험법 'Sandwich ELISA' 개발 중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9-07 14:45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최근 동물대체시험법 도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여러 대체 시험법들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분야 관계자들이 모인 '2024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 마지막 개최일인 6일에는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에서의 동물대체시험법 도입 동향' 포럼이 마련돼 국내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에서의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이날 오후 연자로 나선 김세나 휴젤 이사는 '국내 산업계에서 바라보는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 시험의 동물대체시험법 적용에 대한 관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 동물실험이 이뤄지는 이유 

김세나 이사는 "2001년 휴젤 설립 후 지금까지 총 생산된 보툴리눔톡신의 양은 3400만 바이알(Vial)이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품질평가를 하기 위해 마우스 실험(Mouse Bioassay)를 하는데, 생산이 많을 수록 품질평가에 활용돼 희생되는 마우스의 양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흔히 '보톡스'라고 불리는 보툴리눔톡신(주로 타입A)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혐기성 세균이 자연발생적으로 생산하는 단백질로 인간에게 신경독소로 작용하는 맹독이지만, 극미량으로 희석해 치료 및 미용을 위해 사용한다. 

김 이사는 극미량의 독소(Toxin)을 탐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우스에 톡신을 주사해 전체 생리적인 변화와 사망하는 결과를 보고 제품 내 독소 여부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마우스를 활용하는 품질검사는 5~10pg(피코그램)정도로 굉장히 높은 민감도를 가지고, 모든 타입을 다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실험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실험법은 몇 가지 한계점들을 가진다. 굉장히 많은 수의 동물과 고난이도로 숙련된 기술을 가진 인력이 필요하다. 어떤 기관에서 어떤 실험자가 어떤 동물을 사용해서 어떤 프로토콜을 따르느냐에 따라 결과 변동성이 크다는 것도 큰 한계로 꼽힌다. 이에 어떤 프로토콜이 가장 톡신의 활성 재현이 가능하고 정확하게 측정이 되는지에 대한 챌린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톡신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10% 이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1배치(Batch)마다 사용되는 마우스의 수는 100마리정도로, 2010년도 보고에 의하면 연간 60만 마리의 마우스가 보툴리눔톡신 품질평가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는 "그러나 이 수치는 아시아 시장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은 동물대체시험법이 많이 적용되면서 대부분 아시아쪽에서 마우스 실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희생되는 마우스의 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동물대체시험 도입의 움직임

최근 미국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마우스 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많이 나타난다. 동물실험을 비동물시험 방법으로 대체하거나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수를 최소화하고, 실험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3R정책(Replacement, Refinement, Reduction)에 따른 것이다. 

보툴리눔톡신의 경우도 동물의 수를 최소화하거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개선된 시험법이 나타났다. 실험 동물이 사망 전 크리니컬 사인이 보이면 의무적으로 실험을 종료하거나, 마우스 근육에 톡신을 주사해 근육의 이완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들은 여전히 도구를 사용하거나, 동물의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없고, 여전히 많은 수의 동물을 사용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와 함께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한 실험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마우스의 횡경근을 사용해 기계의 전기적 신호를 주고 분석하는 방법, 신경세포주를 분화시킨 다음 전기적 신호를 보내 분석하는 방법 등이 제안됐다. 

마우스 횡경근으로 대체하는 사험법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문제로 일반 기업이 품질평가에 사용하기엔 어렵고, 신경세포주를 활용하는 방법은 민감도는 좋았으나 다른 부분을 충족하지 못해 사용이 어려웠다. 

이에 현재도 대체시험법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기업에서 노력을 이어가고 있고, 실제 승인을 받은 시험법도 나왔다. 

세포 기반 효능 분석(품질평가) 시험법(CBPAs) 중에서 현재까지 미국 FDA에 승인을 받은 시험법은 Allergan이 개발한 'ECL-Sandwich ELISA', Merz가 개발한 'In Situ ELISA', Ipsen이 개발한 'Cell-Based FRET(BoCell)' 등 총 3가지다. 

휴젤도 동물대체시험을 도입하기 위해 'Sandwich ELISA' 시험법을 연구개발 중이다. 해당 방법을 최적화하고 밸리데이션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총 12개의 항체를 확보했고, 보툴리눔톡신 타입A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경세포주를 비교 평가해 가장 민감도가 좋은, 적합한 세포주를 선정했다.

김 이사는 "항체도 앞서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40배 가량 변환률이 좋고, 시험법의 민감도 또한 약 6배 정도 좋다. 기존 방법과 달리 효소 기질 반응에 의한 흡광도 방식으로 측정한다"면서 "현재는 GMP 사이트로 기술이전 하기 위해 안전성 시험과 밸리데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동물대체시험법 도입, 기업과 규제기관과의 소통 필요

김세나 이사는 "보툴리눔톡신의 품질평가에서 마우스 실험은 윤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대체 시험법으로 변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미량의 보툴리눔톡신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프로포션을 반영할 수 있는 정확한 시험법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국내 산업계 입장에서는 이 시험법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고, 밸리데이션 하고, 과학적인 증명을 위해 기존의 마우스 실험과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데이터들을 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이에 김 이사는 "국가기관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사전 미팅을 통해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기업이 기준만큼 자료를 준비하고, 규제기관의 피드백을 받아서 점차 점진적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 규정들을 만들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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