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2012년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업체 매출 성장 둔화 등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수출, 원료 등 다른 영역에선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추가 연구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윤정 연세대학교 교수는 25일 '2024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일괄 약가 인하 등) 정책을 수립할 땐, 건강보험 재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최 교수가 이같이 강조한 이유는 최근 진행한 '약품비 정책에 따른 국내 제약산업 구조 변화 분석 연구'에서 '일괄 약가 인하' 정책이 건보 재정 절감 효과를 줄이고, 소비자 약제비 부담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본 연구는 약가 인하가 제약업체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약가 인하 정책에 노출된 기업은 미노출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출액 성장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가 인하 정책은) 제약업체가 건보 재정 영향을 받지 않는 비급여 전문의약품 생산 비중을 늘리도록 만들었고, 급여 전문의약품 중에서도 가격이 인하되지 않는 품목 생산 비중을 증가시켰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약가 인하 정책을 도입할 땐 의도하지 않았거나 또는 고려하지 못했던 기업의 행태 변화로 인해, 궁극적으로 소비자 약제비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고, 건보 재정 개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 생산실적 및 매출액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 금액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연속으로 관측 가능한 96개 기업 자료 등이 활용됐다.
최 교수는 "선행 연구와 비교해 가장 많은 제약업체를 분석한 것 같다"며 "기업마다 (약가 인하 정책에) 노출된 정도가 너무 달라서 지금까지 이 정도로 진행된 연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행태-성과 모형(SCP)을 바탕으로 개별 기업이 약가 인하에 노출된 강도를 측정했으며, 연속형 이중차분법을 적용해 노출 차이에 따른 제약업체 행태 및 성과 차이 등 약가 인하 정책 인과 효과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 "선행 연구서 접근 못 한 부분 다뤄…다른 영역에 대한 분석 없어 아쉬워"
이번 연구가 선행 연구가 접근하지 못한 부분을 다뤘으나, 아쉬운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 이상원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최 교수 발표 이후 토론자로 나서 연구를 칭찬하면서도 보완할 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2년 약가 인하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가 있었지만, 사실상 이렇게 정밀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다"면서 "이번 연구가 굉장히 기여한 점은 약가 인하 정책 노출을 기업·품목 레벨에서 분석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몇 가지 도움 말씀을 드린다면, 연구 자료는 기업의 재무제표 매출을 쓴 게 아니고 제약협회에서 제공한 의약품 생산 실적 등을 썼는데, 생산 실적은 매출과 동일하지 않다"며 "생산실적은 상품 판매 등이 제외되는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약가 인하 정책 형태를 본다면 의약품 매출뿐만 아니라 수출, 원료 등 다른 영역의 행태도 같이 포함해야만, (약가 인하 정책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통제 그룹 설정과 매출 감소 외 다른 효과 측정에 관한 내용도 언급했다.
그는 "이건 쉽지 않은 것이지만, 1% 미만의 매출 손실이 있던 기업들 10곳을 통제 그룹으로 설정했는데, 이게 타당한 통제 그룹이고 비교성이 어느 정도 있는가라는 부분에서 사실 조금 적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제약업체) 매출 감소를 생각했으나 다른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을 것"이라며 "매출 감소 외 다른 효과를 측정해야 온전하게 (약가 인하) 정책에 관해 얘기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너무 좋은 지적을 해주셨다"면서 "연구개발, 수출, 원료 관련해 연구하고 싶었는데, 좀 더 세밀한 데이터 작업이 필요해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제 그룹 설정은) 강건성을 봐야 한다. 매출 1% 미만 손실이 있는 기업을 보여드렸는데, 3%나 5%로 늘려서 통제 그룹을 설정했을 때도 유사한 결과를 얻었기에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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