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국 180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지난해보다 증가했지만, 이는 정부의 진찰료 가산 정책 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배출된 전문의들이 취직한 자연 증가가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또 정부 지원금으로 인해 지역 응급실 인력이 대형병원으로 이동해 지역 응급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제시됐다.
5일 보건복지부는 각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한 자료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80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160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전인 지난해 12월에 1504명이 근무했던 상황과 비교해 6.7% 증가한 수치다.
앞서 정부는 추석 연휴 전후 2주간 한시적으로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권역·전문 응급의료센터에 250%, 지역 응급의료센터에 150% 가산키로 한 후 지난달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거쳐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단계가 종료될 때까지 연장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가 응급실 전문의 유입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한응급의학의사회(KEMA) 이형민 회장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증가 요인은 지난해 배출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취직을 통해 자연 증가한 것일뿐 정부의 보상정책의 영향으로 보기에는 힘들다"고 풀이했다.
지난해 배출된 전문의가 약 120~130명 정도로, 이들 중 개업한 전문의가 있더라도 권역센터와 지역센터를 합쳐 180곳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취직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형민 회장은 "수련병원 100개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약 60개를 합쳐서 100개 정도가 수련 병원인데 수련병원에서 비수련병원으로 이동한 사람, 비수련병원에서 수련병원으로 이동한 사람이 어떻게 바뀌었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련병원이나 비수련병원이나 전문의를 뽑아야 하는 요인은 분명히 있다. 수련병원은 전공의가 빠졌기 때문에 사람이 부족해서 전문의를 구하는 것이다. 비수련병원은 환자가 늘었기 때문에 전문의를 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련병원이 됐건, 비수련병원이 됐건 사람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정부에서 어떤 지원금을 줬기 때문에 없던 전문의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원래 지원금이 있었든 없었든, 그 정도의 숫자 또는 그 이상은 당연히 취직을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정부 지원금으로 인해 지역 응급실 인력이 대형병원으로 이동해 지역 응급의료 인력 공동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내놨다.
이형민 회장은 "지원금으로 인해 오히려 지역의료는 더 망가지고 있다.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조건이 자꾸 상향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를 뽑는 처우가 훨씬 더 상향되고 있다. 즉 급여가 올라가고 있다. 예전에는 지역에 있는 병원으로 전문의가 유입됐던 요인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보다 월급이 높아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권역센터와 큰 병원 위주로 정부 지원이 들어가다 보니, 큰 병원의 급여가 작은 병원을 앞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지역 소재 응급실에서 큰 병원 응급실로 많이 이동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얘기하고 있는 지역의료 살리기와는 완전히 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 의료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 내년 응급의학과 전문의 공백…응급실 위기 재점화 우려
내년에 신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으면서 겨울철 응급실 운영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형민 회장은 "이번 추석에 환자 수가 줄었지만 최근 추워지면서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전문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서처럼 전국 180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 약 1600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근무 중이라면, 병원 당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각 병원에서 교대 근무 체계를 유지하려면 최소 2000명 이상이 필요하지만 현재로는 부족하다. 이는 상당수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혼자 (당직) 근무를 서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숫자로는 응급실이 제대로 작동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한정된 전문의 풀을 고려할 때 다른 병원에서 빼내오는 상황이 불가피해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수련과정이 진행됐다면 최소한 앞으로 10년에서 15년 정도까지는 매년 150명씩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배출돼 유지가 됐던 구조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새로 배출되는 전문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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