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의료개혁, 국회서 풀자는 野…의료계 반신반의

방향성엔 공감대…의료개혁 원점 재논의 가능성엔 의문도
"재논의 할 원점 사라져"-"새로운 시도 필요한 시점"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1-31 05:58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란 수장을 잃은 정부 의료개혁이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의료사태 해법 찾기에 나섰다. 의대정원 문제는 수급추계위원회로 풀고, 의료개혁은 국회에서 재논의하는 방식이다. 다만 의료개혁 원점 재논의 가능성에 대해 의료계 의견이 나뉘고 있어 해법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바라보는 의료사태 해법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의료인력 과학적 수급추계 구조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풀어간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과학적 수급추계 구조를 마련하고, 여기서 나온 결론을 내년도 정원부터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보건의료기본법,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으로 발의돼 소위 수급추계위법이라 불리며 입법 과정을 밟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의료개혁 안건을 국회로 가져와 재논의하는 방안이다.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에 의료개혁 핵심 과제별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숙의를 거쳐 결론을 내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1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두 가지 방법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요구하는 전면 백지화는 아니더라도 원점 재논의는 가능하단 차원에서 사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3일 김윤 의원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해체를 포함해 이 같은 제안을 언급했고, 14일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같은 맥락에서 국회 보건의료정상화특위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조원준 민주당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은 현 시점에서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는 논의 구조는 국회 뿐이란 점을 강조했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 동력이나 정당성은 잃은 상황"이라며 "국민 모두 이해당사자고 합의점을 찾을 주체라면,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논의 구조는 국회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개혁엔 국민 부담이 증가되거나 불편이 초래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일례로 의료사고 부분도 환자를 비롯해 이해당사자가 더 넓다"며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고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고 부연했다.

그동안 2025년 의대정원을 비롯한 원점 재논의를 강조해오던 의료계에도 2025년 의대정원 문제는 따로 풀더라도 2026년 의대정원과 의료개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실마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의료개혁 원점 재논의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A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원점 재논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회에서 재논의 할 원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 의료개혁은 국회 소관 입법이 아닌 정부 소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인 데다, 이미 발표한 틀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을 들었다. 상종 구조전환 사업은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준비됐지만, 시작은 본사업으로 했다. 1차 때는 시범사업으로 알고 참여하지 않거나 못한 병원도 있었지만, 2차 모집 때 전체 상급종합병원이 참여한 것도 본사업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이미 병상수를 축소하고 근무자도 줄여 되돌아갈 수 없는 의료제도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국회가 주장하는 의개특위 해체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방향은 이미 지난해 발표한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담겼고, 의개특위는 단체별 의견수렴 인증 절차 정도에 불과하단 설명이다. 최근 비급여 실손보험 개편안 사례처럼 정부는 의개특위가 기능을 잃는다면 공청회로 의견수렴 절차를 대체할 뿐이란 지적이다.

A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예전엔 의원급에서 시작해 상종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의료제도를 바꿨는데, 지금은 위에서 바꾸고 밑으로 내려온다. 의협 차원에서 거스를 수도 없는 구조"라며 "이미 의료제도 구조가 변하기 시작했다. 원점이 사라졌는데 원점 재논의가 가능하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이 가져올 변화에 국민이 불편을 느끼고 저항하기 전엔 의료계가 바라는 원점으로 갈 순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도권 대학병원 B 사직전공의는 민주당이 내놓은 방안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현 시점에서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위원회 거수기 역할을 방지할 수 있는 구조만 마련된다면 합리적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미 의료개혁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 수용·적용 여부는 별개인 만큼 원점 재논의 여지도 있을 것으로 봤다. 의개특위 1차보고서에 담긴 정책도 예산 문제에 부딪혀 실질적으로 진행된 것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에 대한 의료계 불신이 깊다는 점에서도 국회에서 해법을 찾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복지부와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교육부보단 국회가 의료 문제 해법을 찾기에 적절한 대화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B 사직전공의는 "원점 재논의가 불가능하단 시각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의정갈등 1년도 헌정사상 처음 아닌가"라며 "해법 가능성을 따지기 보단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고, 해결이 요원하다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C 전 임원은 국회로 의료개혁 논의를 가져오는 건 사태 해결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선언적 내용인 의료개혁을 뒤집는 원점 재논의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논의구조를 유리하게 바꿔 세부정책 핵심 내용을 가져오는 방식이 현실적이란 이유에서다.

관건은 여론이란 점도 되짚었다. 단번에 뒤집는 원점 재논의는 어렵다는 전제가 인정되고 직역별로 다른 심리적 마지노선이 접점을 찾아야 의료계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C 전 임원은 "현 시점에서 전부를 얻는 건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진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2월 안에 해결하기엔 시간이 많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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