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까지 제약사들은 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바이오업체들은 그 외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과 전략에 도전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끝없는 성장과 변화는 제한돼있는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각 제약사와 바이오업체는 선택과 집중, 다각화와 전문화 등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주력사업' 확보와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주력사업 살펴보기, 줄여서 '주사기' 코너에서는 각 제약사와 바이오업체 성장에 앞장서고 있는 주력사업이 갖는 입지와 영향력,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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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1945년 조선간유제약공업사에서 출발한 대웅제약이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이 회사는 그간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 전자기기 및 부품 제조 및 판매업, 무역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대웅제약은 '의약보국(醫藥輔國,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 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을 신념으로 의약품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아 제약 사업을 키우며, 국내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의약품 R&D 역사를 살펴보면, 1961년 대웅제약은 우르소데옥시콜산(UDCA)를 화학적으로 합성해 '우루사(우르소데옥시콜산)'를 만들었다. 아울러 고(故) 윤영환 명예회장은 1974년 부설 연구소를 설립하고 제형 연구를 거쳐, '대웅우루사연질캡슐'을 개발했다.
2001년 대웅제약은 국산 바이오 신약 1호(국산 신약 2호) '이지에프외용액0.005%(재조합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 국내 허가로, 신약 R&D 포문을 열었다. 해당 품목은 대웅제약이 세계 최초로 상피 세포 성장인자(EGF)를 활용해 만든 의약품이다.
이 회사는 2010년대 들어 '나보타주(클로스트리디움보툴리눔독소A형)'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나보타는 2014년 대웅제약이 국제 특허를 획득한 정제 기술 ‘하이-퓨어 테크놀로지(High Pure Technology)’를 이용해 만든 보툴리눔 톡신 제제다.
또한, 대웅제약은 2022년과 2023년에 2년 연속으로 국산 신약 34호(펙수클루), 36호(엔블로) 선보이며 날개를 달았다. 각각 위식도역류질환과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펙수클루'와 '엔블로'는 이 회사가 수년간 연구를 거쳐 개발한 품목이다.
◆ 대웅제약 실적 성장 지속…나보타·펙수클루 등 품목 매출↑
이런 노력은 대웅제약 실적 확대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 매출액(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제약 사업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1조2220억원에서 올해 1조2654억원으로 3.6%(435억원) 늘었다.
매출액 증가세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바 있다. 대웅제약 매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한 시기(2020년)를 지나 2021년 1조원을 돌파했으며, 2023년까지 매년 5%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웅제약은 영업이익에서 매출액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2023년 영업이익을 1334억원으로 늘려 이전 기록을 경신한 바 있으며, 지난해 영업이익을 1638억원으로 끌어 올려 재차 신기록을 세웠다.
품목별로 구분 시, 대웅제약 실적 확대를 이끈 의약품은 미간 주름·눈가 주름·양성 교근 비대증 일시적 개선에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와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다.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에서 나보타 점유율을 늘리며, 매출액을 끌어 올렸다. 나보타 매출액은 2021년 778억원에서 2022년 1374억원으로 76.6% 증가했으며, 지난해 1900억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펙수클루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를 대체하며 성장 폭을 키우고 있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 매출액이 출시 첫해 167억원에서 2023년 553억원으로 늘었으며, 지난해 1000억원 고지를 밟았다고 밝혔다.
우루사는 꾸준한 매출액을 바탕으로 이 회사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루사 매출액은 최근 수년간 900억원 수준을 유지했으며, 지난해 962억원으로 1000억원에 한 발짝 다가섰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는 매출액 증가분이 크지 않지만, 대웅제약 실적이 늘어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지난해 엔블로 매출액은 115억원으로, 전년 46억원 대비 69억원(152.2%)가량 증가했다.
◆ 해외 진출로 기존 제품 영향력 확대…'1품 1조' 목표 향해 박차
대웅제약은 해외에서 기존 제품 판매를 늘리고 적응증을 추가하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 회사는 미국 시장 내 나보타 점유율 확대와 다른 지역으로 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실적 발표 자료에서 파트너 기업 에볼루스가 미용에 관심이 높으나 톡신 침투율이 낮은 젊은 층을 공략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웅제약은 최근에 브라질 파트너 기업 목샤8과 1800억원 규모로 수출 계약을 맺었으며, 중동아시아 경제 규모 1위 사우디아라비아에 나보타를 출시했다. 이는 대웅제약이 미용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중남미와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에 나보타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대웅제약은 보도자료에서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에서 의약품 진출이 가장 까다로운 국가라며, 이를 발판 삼아 동남아 전역으로 발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해외로 영역을 확장하는 의약품은 나보타뿐만이 아니다. 대웅제약은 2027년까지 펙수클루가 진출한 국가를 100개국으로 늘리고, 해당 제품을 글로벌 블록버스터(10억달러 이상) 목록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펙수클루 중앙·남아메리카 3개국 출시는 대웅제약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하반기 대웅제약은 멕시코, 칠레, 에콰도르 등 3개국에서 펙수클루 판매를 시작했다며, 중남미 의료진 사이에서 펙수클루 효과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회사는 올해 중국에서 펙수클루를 허가받은 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대웅제약은 적응증 추가를 목표로 미란성 역류성식도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제균 치료 등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항암제, 장기 지속형·경구용 비만치료제 등 개발 중
이와 동시에 대웅제약은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신약 '베르시포로신(DWN12088)'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베르시포로신은 PRS(Prolyl-tRNA Synthetase) 단백질 기능 억제로 과도한 콜라겐 생성을 막아, 섬유증 발생 원인을 차단한다.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베르시포로신 글로벌 2상은 환자 102명 중 약 80%를 모집한 상황이다. 대웅제약은 실적 발표 자료에서 2023년 첫 번째 환자 투약을 시작한 글로벌 2상 결과를 올해 4분기에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AP-TEAD 억제제 'DWP216'는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DWP216은 종양 억제 유전자 'NF2' 변이 암종을 타깃으로 작동하며, 유전자 발현 조절 단백질 'TEAD' 저해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는 DWP216를 '2024년 제2차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2년간 비임상시험 연구비를 지원받아 TEAD1을 타깃으로 고효능 항암제를 개발할 계획이며, 내년 1상 진입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이 회사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 경구제 등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티온랩 테라퓨틱스, 대한뉴팜, 다림바이오텍과 월 1회 투여하는 비만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국내 1상 신청을 앞뒀다.
경구용 비만치료제 연구개발은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 후보물질 발굴과 국내 특허 출원이 끝난 상태다. 대웅제약은 알약 형태 비만치료제가 식욕 억제와 지방 연소로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하며, 복용 편의성뿐만 아니라 복용 순응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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