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전문의 배출 급감…'상종 구조전환 지원사업' 제동 우려

중증 중심 전환, '필수의료 전문의' 확보 난제…인력 부족 악순환 불가피
필수과 전문의 확보 위해선 의료사고 리스크…국가책임제로 전환 필요
수가 보전 지속 여부, 상종 구조전환 지원사업 정착 관건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2-25 05:57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올해 전문의 배출이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제시된다. 특히 상종이 중증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소위 바이탈과라고 불리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등의 전문의 확대를 위한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반면, 신규 전문의 배출이 급감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빨간불이 켜질 정도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나온다.

24일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2025년도 제68차 전문의자격시험 최종 합격자는 총 509명으로 지난해 합격자 2727명에 비해 1/5 수준에 그쳤다. 이 중 심장혈관흉부외과 6명, 산부인과 13명, 외과 18명, 신경과 10명, 신경외과 14명, 소아청소년과 24명, 응급의학과 28명 등으로,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배출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신규 전문의 배출 절벽은 중증 진료와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선 교수들은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신규 전문의 배출 부족은 당연한 결과지만, 기존부터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부족이 지속돼 왔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소재 A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신규 전문의 배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가능할 리 없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가 온다. 즉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관련 전문의들이 다들 기피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상종에 필요한 그 분야 전문의들을 어디서 길러낼까. 현재의 상종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라며 반문했다.

의정갈등의 조속한 해결을 통한 수련병원의 기능 정상화와 함께 필수과 전문의를 지속적으로 양성할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배출되는 전문의가 양적으로 많아지더라도 중증 중심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은 어렵다는 진단이다. 

B상급종합병원 교수도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부족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교수는 "제일 중요한 부분은 바이탈을 다루는 전문의 부족이다. 큰 수술을 하는 중증 외과라든지, 심장내과라든지, 이러한 분야에서 전문의들이 필요하지만 그 분야의 인원이 적다. 당직이나 온콜 호출도 돼야 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많이 쌓이고 있다"며 "단순히 전문의만 많이 배출된다고 중증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중증 분야를 담당할 전문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배출 전문의가 한정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더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부족은 급여, 근무조건 등이 좋고 안정적인 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을 가져오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이러한 현상이 의정갈등이 지속될수록 가속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C상급종합병원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증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진행이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비필수과, 개업하기 좋은 과는 지금도 잘 운영되는 곳들도 많다. 그런데 필수과로 불리는 외과, 그 안에서도 세부과로 들어가서 수술, 당직 등을 해야 하는 힘들다고 알려진 과에는 사람이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돈을 많이 주는 병원, 근무조건이 좋은 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현 의정갈등 상황이 지속될수록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의료사고로 인한 사법리스크에 대한 국가 책임보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C상급종합병원 교수는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배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의사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국가에서 책임을 져주는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해를 입히려는 의도로 치료와 수술 등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최선을 다했지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은 국가에서 책임을 져줘야 의사들도 의욕을 가지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규 전문의 배출 급감에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진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기존 교수진이 확보된 데다 중증 환자 중심 운영으로 환자수가 줄어들면서 공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 종료 이후 수가 보존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해 사업정착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D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전반적으로 올해 전문의 배출이 적다고 해서 사업 자체가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병원의 경우) 이미 시니어급 교수들을 포함해 교수진이 확보된 상태고 중증 중심이 되면서 병실도 환자도 줄었기 때문에 진료를 보는 데 지장이 크진 않다. 다만,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인력이 한정되다 보니 중증 관련 바이탈과에서는 계속 당직을 서야 해서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은 진료협력체계를 통해 경증환자를 내려 보내고 중증환자를 받는 구조로, (정부에서) 3년 동안 수가를 보존해준다. 그런데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수가를 계속 보존해 줄 것인가, 수가를 지속 보존해준다면 잘 정착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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