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 국가지원 사각지대…'코리아 패싱'에 환자 부담 가중

4일 대한수면연구학회 '2025 세계 수면의 날 기념' 심포지엄 및 미디어 간담회
기면병 치료제 ‘와킥스’ 국내 공급 중단에 환자들 '불안 심화'
부작용 적은 와킥스 대체 약물 부재…기존 치료제로 회귀 불가피
수면장애 치료제 선택권 확대 및 보험 적용 필요성 대두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3-05 05:57

(왼쪽부터) 대한수면연구학회 주병억 보험이사, 신원철 회장, 전진선 이사, 한국기면병환우협회 이한 회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수면장애 치료를 위한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고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도 존재하지만, 국내에서는 보험 적용이 제한적이며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 현상까지 겹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면장애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실질적인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대한수면연구학회 임원진과 패널은 '2025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을 맞아 개최한 심포지엄 및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환자들이 보다 원활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수면연구학회 신원철 회장은 "해외에서 공인된 수면장애 치료 약제들이 한국에는 들어와도 보험이 안 되거나, 약가 문제로 인해 철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기면병 치료제 중 하나인 '와킥스(Wakix, 성분명 피톨리산트)'가 글로벌 평균보다 낮은 약가로 인해 제약사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사례를 두고 이 같이 언급했다.

신원철 회장은 "약가를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으로 팔아야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약가 적정성 평가를 통해 기존에 나와 있는 약가보다 더 뛰어난 효과가 없으면 약가를 인정 안 해주고, 기존에 나와 있는 약가만큼 주겠다고 한다. 제약회사가 이윤을 많이 가져갈수록 약가는 자동으로 깎여지고 1년이 지나면 또 깎이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국내 제약회사나 글로벌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구조"라고 토로했다.

기면병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치료제인 '와킥스'의 국내 공급이 6월부터 중단될 예정으로 환자들의 불안도 터져나왔다. 와킥스를 통해 안정된 생활을 유지해온 환자들이 다시 부작용이 많은 기존 약제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다.

패널로 참석한 한국기면병환우협회 이한 회장은 "운영하고 있는 환우카페에 며칠 전에 와킥스 중단을 염려하는 글을 보게 됐다. 기존에는 와킥스가 아닌 다른 약을 먹는 동안 부작용이 너무 심하게 겪었지만 와킥스가 건강보험이 적용돼 복용하고 나서는 취업에도 성공했다는 글이었다. 그런데 오는 5월 31일자로 와킥스 공급이 전면 중단된다면, 다시 '히키코모리'처럼 집 안에 웅크리고 있어야 되는 것인지 걱정된다는 글"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해당 약은 완치제가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일 뿐이다. 그런데 와킥스를 복용하지 못했을 때 환자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약 없이는 못 버틸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에는 와킥스를 대체할 약물이 없는 상황이다. 공급이 중단되면 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병억 보험이사는 "와킥스를 대체하는 약물이 국내에는 아직 없기 때문에 사실 다른 약을 써야 된다. 그런데 그 약제들이 상대적으로 와킥스보다 부작용이 많다. 하지만 와킥스 공급이 안 된다면 다시 이전 약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즉 많은 환자들이 다시 과거에 겪었던 부작용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고,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 등에도 장애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면병 치료제 와킥스뿐만 아니라 수면장애 치료제의 선택폭 확대와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왔다.

신원철 회장은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시행되는 수면다윈검사도 2018년 7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이러한 점은 다행스럽지만 80가지나 되는 다양한 수면장애 중에 오직 수면무호흡증과 기면병에만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결국 환자들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진선 대한수면연구학회 홍보 이사(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도 "여러가지 수면장애 관련 약제가 많지 않고, 그 약제들조차 보험으로 사용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수면장애 중 가장 흔한 질병인 불면증의 경우에도 수면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허가 및 보험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기존 약제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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