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의 오랜 숙제로 꼽힌다. 대형병원에서 경증 환자까지 진료를 받으면서 중증 환자의 치료 기회가 제한되고, 지역 의료기관은 환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중 하나가 '협력기관 간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이다. 2016년 시작된 이 사업은 의료기관 간 환자 이동을 원활하게 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정책적 목표가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환자들은 단순히 정책적 유도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신뢰도, 치료의 질, 편리성 등을 고려해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협력기관 간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 효과평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두 단계로 나뉜다.
2020년 10월 1단계로 시행된 상급종합병원 회송이 본사업으로 전환됐고, 이후 2020년 11월부터 2단계 시범사업이 추진됐다. 2단계에서는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이 회송기관으로 포함돼, 병·의원에서도 이들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된 환자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분산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동일 시도 내 의료기관으로 의뢰하는 경우 수가를 추가 보상해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을 유도했다. 아울러 환자 진료 정보와 영상 자료를 전자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정보 교류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책이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협력을 끌어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재정적 인센티브만으로 의료전달체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이 사업의 성과를 평가한 결과, 일정 부분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됐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진료의뢰 건수는 연평균 1.7% 증가했으며, 동일 시도 내 의뢰율이 82.6%로 나타나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이 활성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상급종합병원으로 바로 가는 환자를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 의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된 환자 중 경증질환 비율은 22.3%에서 19.4%로 감소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변화가 제도적 영향인지,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요인이 작용했는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또한 단순히 의뢰 건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회송 부분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같은 기간 회송 건수는 연평균 17.2% 증가해 2023년 기준 381만 건에 달했다.
그러나 회송된 환자가 다시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는 등 '회송 이탈' 현상은 지속됐다. 이는 환자들이 지역 병·의원에 대한 신뢰가 낮거나, 의료 접근성을 이유로 다시 대형병원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환자 이동만으로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어렵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진료의뢰·회송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먼저 의뢰 및 회송 과정에서 환자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보 전달의 충실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의뢰된 환자가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보고서에서는 단기적으로 수신기관 종별에 따른 의뢰료 차등 인상, 동일 지역 내 의뢰 보상 강화, 패스트트랙 도입 등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의뢰·회송 성과평가를 반영한 사후 보상체계 마련과 진료의뢰·회송 시스템의 고도화를 개선방안으로 내놓았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진료의뢰·회송이 정착하기 위해 의료기관 간 협력과 환자의 제도적 수용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홍보 및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연구팀은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의 중요성은 환자가 임상적 상태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연속성 있는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전자적 방식의 의뢰·회송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진료의뢰·회송의 질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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