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살려달라"‥전문의 급감·삭감 압박에 배순호 회장 호소

전공의 떠나고 교수도 진료 어렵다‥무너지는 소청과 의료 현장
심평원 검사 제한 논란‥현장에서는 "필수 검사마저 어려워질라" 우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27 11:5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간곡히 부탁한다. 소아청소년과를 살려달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배순호 회장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올해 배출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24명뿐. 이런 추세라면 중증 소아 환자를 돌볼 인력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명목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의대생들의 휴학과 전공의 사직 사태를 부추겼고,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를 더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게다가 배 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하는 선별집중심사에서 '외래검사 15종 이상'이 포함된 점도 의료 현장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의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지원율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진료 체계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진료과목 존치를 위해 2022년부터 전공의 수련 기간을 기존 4년제에서 3년제로 축소했으나, 소아 진료 시스템 붕괴 위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2025학년도 제68차 전문의 자격 시험 2차 시험 합격자 중 소아청소년과는 24명으로 지난해(131명)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배 회장은 이를 놓고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체계 자체가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배 회장은 올해 소청과 전문의가 24명뿐이며 이마저 절반가량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향후 출산과 육아 등으로 진료를 중단할 경우 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계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급락의 원인으로 낮은 수가와 의료 소송 위험 등 열악한 업무 환경을 꼽는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한 필수의료 개혁마저 의정 갈등 속에 의료계의 반발을 일으키며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게 됐다. 이에 중증 질환의 조기 진단이 어려워져 환자 생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 회장은 "레지던트 1~2년차가 없으면 교수가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없다. 장중첩증이나 백혈병 등 중증 질환의 조기 진단 여부가 환자의 생사를 가르지만 이를 판단할 전문의가 부족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배 회장은 이어 "최일선에서 진료를 담당할 전공의들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유지되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배 회장은 심평원의 '외래검사 15종 제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계는 이를 '임상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든 검사는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시행돼야 하며, 일괄적인 수치 제한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고 적정 진료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 회장은 소아진료 분야에서 필수적인 검사마저 제약될 경우 진료 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타이레놀 같은 기본 약물도 부작용 목록이 에이포용지 한 장 분량일 만큼 의료 리스크가 높다"며 "스티븐존슨증후군과 같은 희소 부작용 사례에서조차 의사 책임을 엄격히 묻는 현실에서 검사마저 제한하면 의사들이 진료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과서에서 권장하는 검사조차 국내에서는 정확한 진단명이 없으면 삭감되는 현실이다. 심평원의 무리한 검사 제한은 환자 피해뿐 아니라 의료계 전반의 진료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은 이에 대해 15종 이상 다종 검사를 일괄적으로 선별집중심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전문기자단 간담회에서 안유미 심사운영실장은 "선별 집중심사의 목적은 요양기관이 스스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심사 조정이 아니라 다빈도로 검사를 진행하는 기관을 중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강중구 원장 또한 "임상 현장에서 필요하다면 15종, 20종 이상의 검사가 시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필요한 검사는 제한 없이 가능하며, 과도한 검사로 인해 진료인지 검진인지 모호해지는 경우에 한해 중재 및 심사를 통해 의료계가 스스로 검사 빈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심평원은 요양기관의 청구경향 등을 분석해 중재 대상 기관을 정교하게 선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 기준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제작 중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보기

"현실 모른 채 검사 제한"‥개원가, 선별집중심사 정조준

"현실 모른 채 검사 제한"‥개원가, 선별집중심사 정조준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선별집중심사 항목에 '검사 다종(15종 이상)'을 포함시키면서 개원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사전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된 기준이라는 점과 함께, 진료의 자율성과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원개원의협의회는 23일 제35차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검사 항목 수를 기준으로 진료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진료권 침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대개협 강창원 보험이사는 "의사는 환자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학적 판단과 지식에

"심평원 선별집중심사 '주먹구구식'…건수만 보고 실사 경고"

"심평원 선별집중심사 '주먹구구식'…건수만 보고 실사 경고"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선별집중심사가 주먹구구식 운영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환경을 반영한 제도 개선과 운영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정범 대한안과의사회 부회장은 9일 안과의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심평원 선별집중심사에 대한 의료계 우려와 불신이 나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최근 심평원으로부터 선별집중심사 관련 주의 서신을 받았다. 지난해 최 부회장 병원에서 선별집중심사 항목 가운데 하나인 '안구광학단층촬영(OCT)'이 늘어 전국 평균보다 높아졌으니 실사를 갈 수도 있다는 내

우리아이들병원 '24시간 진료' 가동…소청과 '공백' 메운다

우리아이들병원 '24시간 진료' 가동…소청과 '공백' 메운다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서울 구로와 성북에서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산하 우리아이들병원이 내달부터 24시간 진료체계를 가동한다. 관련 수가나 지원정책 없이 출발하면서 매달 적자가 예고돼 정부 관심과 지원이 24시간 진료체계 유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친구클리닉' 운영 계획을 설명했다. 친구클리닉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진료 공백 시간대 소아청소년과 부모 '친구'가 되겠단 의미로 출발했다. 정부 정책으로 운영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본사업 준비‥소아응급은 제자리걸음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본사업 준비‥소아응급은 제자리걸음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필수의료 강화를 목표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연구용역을 공고하며, 시범사업의 효과를 분석하고 본사업 전환을 위한 실행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번 조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 어린이병원의 누적 적자, 필수의료 기반 약화 등의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장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되면 적자 운영으로 어려움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