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전공의도 복귀 명령?"‥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절차·범위 논란

법조계 "근로계약 종료 후 명령은 강제노동…헌법 침해 우려"
사전 통지·국회 보고도 없는 '절차 미비' 지적
"의료인 희생 아닌 대체 인력 확보로 접근해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23 14:30

법무법인 오킴스 김용범 대표 변호사.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제도가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전공의처럼 근로계약이 종료된 집단에까지 명령을 내리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자유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법조계의 우려가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23일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현행 제도의 법적 한계와 개선 필요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현행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적으로 휴업 또는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 제88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행정처분으로는 업무정지 15일이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포럼에서 법무법인 오킴스 김용범 대표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은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공익을 위한 수단일 수 있으나, 현재처럼 절차적 통제 없이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의료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퇴사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행태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 변호사는 "전공의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과의 근로관계를 정리한 경우, 이를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중단'으로 간주해 명령을 내리는 것은 명백한 헌법 침해 소지"라며 "사실상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퇴사한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적용은 원칙적으로 배제돼야 하며, 의료인의 사직 의사는 법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차적 정당성 부족도 문제로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은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 기회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되는 경우가 많고, 처분의 이유 역시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며 "이는 행정절차법이 요구하는 기본적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과 비교하며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야 하며 발동 이후에는 지체 없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명령 기간 역시 30일 이내로 제한되며, 사전 의견 청취 절차도 필수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의료법도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을 견제할 수 있는 민주적 통제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으로 ▲사전 협의 절차의 의무화 ▲국무회의 심의 및 국회 보고 절차 마련 ▲퇴사자에 대한 명령 적용의 명확한 제한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의무화를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강제적 수단보다는 의료인력의 구조적 확보가 보다 지속가능한 해결책임을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의료인의 적정 근무환경 보장과 충분한 보상체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기관은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개별 의사의 희생으로 떠넘기기보다, 퇴사에 대비한 대체 인력 확보 의무를 분명히 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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