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무시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이대론 안 돼"

"한국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원 문화, 간호 인력 등 고려 없어"

조운 기자 (good****@medi****.com)2017-06-14 12:00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최근 현실을 무시하고 전국으로 넓혀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간호간병통합 병동
병원을 믿고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이용하던 환자들이 배신감 속에 '사적 간병인'을 고용하는 이중 부담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의료계 역시 '한국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소재 간호대학 A 교수는 "애초부터 실패할 제도"였다며, 현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애초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여주고, 고질적인 병동 내 감염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의 시스템인 간호인력 중심의 병동 모델을 따라 고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족 간호'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간호 인력 수준이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태에서 정부 주도 하에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모델을 밀어붙이면서 간호의 질 향상은커녕, 간호사를 학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A 교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도입되면서 간호사의 이직률이 전 보다 20%이상 올라갔다고 주장하며 4년제 간호대학을 졸업한 간호사들의 고충을 전했다.

그는 "간호 인력만으로 이뤄진 24시간 전인적 간호를 요구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 간호사들은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기본적인 간호와 간병 업무만을 하고 있으며, 업무에 대한 회의감과 자존감 하락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3~6개월도 못 버티고 병원을 나온다"며 "간호계 내 임신순번제와 태움 문화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간호 인력을 통해 질 좋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 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강도만 다를 뿐 대한간호협회와 병원간호사회에서 그간 주장했던 것과 맞닿아 있다.

대한간호사협회(이하 간협)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 병동 확대가 아니라, 환자에 제공되는 간호의 질 향상이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간호사의 근무 환경 및 처우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협은 "한국의 간호사는 선진국 보다 4~5배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방 중소병원의 임금은 수도권에 비해 2배까지 차이가 난다"며 "실제로 2015년 신규 간호사 평균 이직률은 33.9%이고, 간호사 평균 근속연수는 5.4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간호사회는 자체 연구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전달체계 모형 개발 연구'를 인용해 낮은 간호사 배치수준, 부족한 간호사수로 간호사들이 하루 평균 약 1시간 30분의 시간외 근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간호사회는 "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인력배치 기준은 종별로 배치 기준을 달리하고 있다"며 "환자 중증도에 따라 환자의 서비스 요구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새로운 인력배치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비현실적 간호·간병통합 인력배치‥"재검토 필요">
 

힘겹게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합류한 간호조무사 역시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 관계자는 "현실에 맞지 않은 간호인력 배치기준에 따라 무리하게 확대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인해 환자들이 제대로 케어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간호인력 배치기준에서 간호조무사는 최대 1:40으로 돼 있는데 최소한 1:20 기준은 돼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간호조무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거나, 간호조무사와 간병지원인력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등 간호조무사에 대한 인권유린과 차별정책으로 간호조무사들의 업무 폭탄, 자존감 결여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간무협에 따르면 일부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와 간병지원인력의 복장을 구별하지 않은 채, 본래 업무인 식사보조, 기저귀 케어 등 긴본 업무 외에 이송, 린넨 교환, 검체이송, 청소 등까지도 간호조무사에게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무협은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인력들이 우선 안정적이어야 간호 서비스의 질도 올라가지 않겠냐"며, "간호조무사의 정규직 채용 및 간호조무사에도 야간전담 가산제도 및 시간 선택제 등을 동등하게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처럼 실제 제공 인력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 역시 문제점을 지적하는 속에 사용자인 병원도 할 말이 많았다.

병원계 관계자는 "중소병원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무지막지한 확대 때문인 것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라며,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간호사 쏠림현상으로 정작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필요한 노인환자가 많은 지방의 병원들은 인력난으로 인해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그는 "먼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멈추고, 간호인력 수급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정말 필요한 곳에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정부의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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