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K 폐암' 치료, 새 판 짠다‥신규 항암제들로 세대 교체

1차 치료제 선택‥'CNS 반응률·내성 억제·삶의 질'로 나눠질 것
1차 알렉티닙, 브리가티닙 사용 증가‥이들과 비교한 후속 치료제 나올 가능성 커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11-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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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Anaplastic Lymphoma Kinase)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세대 교체가 확실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1세대 화이자의 '잴코리(크리조티닙)'를 시작으로, 2세대 노바티스의 '자이카디아(세리티닙)', 로슈의 '알레센자(알렉티닙)', 다케다제약의 '알룬브릭(브리가티닙)'이 출시돼 있다. 그리고 3세대로 불리는 화이자의 '로비큐아(롤라티닙)'가 등장했다. 


이제 이 약들을 어떤 순서로 갖고 가야할지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1차 치료제의 선택부터가 고민의 시작이다. 많은 의사들이 첫 치료제가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첫 치료제에서 반응이 좋으면 그 다음 치료에서도 높은 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첫 치료제에서 반응이 나쁘다면, 후발 치료에서도 높은 반응을 기대하긴 어렵다. 

 

현재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에서 사용할 수 있는 1차 표적치료제는 '잴코리', '자이카디아', '알레센자', '알룬브릭' 등 4개다. 


후발주자인 알레센자와 알룬브릭은 원래 크리조티닙 이후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크리조티닙과의 직접비교임상(head-to-head)으로 더 나은 혜택을 입증하며 당당히 1차 치료제로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잴코리의 아쉬운 점이었던 '내성'과 '뇌전이' 발생 등은 알레센자와 알룬브릭이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줬다. 


첫 번째 ALK 표적 치료제였던 잴코리는 대다수의 환자들이 1년 이내(중앙값)에 내성을 겪었으며, 환자의 40~50%는 다른 방법으로 두개외(extracranial) 질병을 통제한 환경에서 초기에 뇌전이를 경험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알레센자는 ALEX 임상시험을 통해 크리조티닙(10.9개월) 대비 약 3배 이상 개선된 34.8개월의 연구자 평가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mPFS)을 보였다. 알레센자는 환자들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표준요법 대비 57% 감소시켰다. 

 

알레센자는 중추신경계(CNS) 전이를 동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대조군(7.4개월) 대비 20개월 이상 개선된 27.7개월의 연구자 평가 PFS 중간값을 나타냈다. 

 

알레센자를 1차로 사용했을 때 보인 우수한 PFS 개선과 CNS에서의 효과는, 국내 환자들을 포함한 아시아인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3상 ALESIA 임상시험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 바 있다.


알룬브릭도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 연구 결과를 갖고 있다. 


ALTA-1L 임상시험 최종 결과에 따르면, BIRC(Blinded Independent Review Committee, 맹검독립평가위원회)가 평가한 알룬브릭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mPFS)은 24.0개월로, 크리조티닙 투여군(11.1개월) 대비 약 2배 이상 길었다. 알룬브릭은 크리조티닙 투여군 대비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52% 개선했다. 


뇌전이 NSCLC 환자에서는 BIRC 평가 결과, 알룬브릭은 기저 상태에서 모든 뇌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두개내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71% 낮췄으며, 두개내 무진행생존기간(icPFS) 중간값은 알룬브릭 투여군이 24.0개월, 크리조티닙 투여군이 5.5개월로 나타났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는 알레센자와 알룬브릭이 ALK 폐암 1차 치료의 'Category 1' 수준 선호 요법(preferred)으로 권고되고 있다.

 

실제로 알레센자와 알룬브릭은 '내성'과 '뇌전이' 극복과 더불어,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수를 받고 있다. 덕분에 ALK 폐암 1차 치료는 크리조티닙을 넘어선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각 임상에서 드러난 단순 숫자만으로 어떤 약이 우수한지 비교하긴 힘들다고 답했다. 대신 임상 현장에서 ALK 폐암 치료제를 처방할 때 고려하는 몇 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S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임상 3상을 통해 입증된 효과를 근거로 ALK 폐암 1차 치료제는 크게 알렉티닙과 브리가티닙으로 나눠질 듯 보인다. 임상 현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환자의 신체 컨디션이다. 그리고 뇌전이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 후, 복약 편의성을 따져본다"고 말했다. 

 

복용법의 경우 알레센자는 1일 용량 1200mg, 1일 2회 600mg(4캡슐)을 음식과 함께 경구 투여한다. 알룬브릭은 1일 1회 1정이다. 다만 브리가티닙은 처음 7일 동안 90mg을 1일 1회 경구 투여한 뒤, 내약성이 좋다면 용량을 180mg 1일 1회로 증량한다.


하지만 결국 표적치료제는 '내성'을 피하기가 어렵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도 마찬가지다. 그 전까지는 1세대 크리조니팁이 비교 대상이었지만, 알레센자와 알룬브릭 처방 환자가 많아진다면 그 다음 치료 옵션도 마련돼야 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2세대 ALK 저해제 알레센자와 알룬브릭을 사용한 이후, '후속 치료'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이런 관점에서 '로비큐아'가 새롭게 후속 치료를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로비큐아는 2세대 ALK 저해제 치료 이후 가장 많이 발생하는 ALK G1202R, I1171T 변이 등 광범위한 ALK 내성 변이를 억제하는 3세대 ALK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다. 이 중 G1202R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변이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화이자는 이전에 치료받은 경험이 없는 환자부터 과거에 최대 3개의 ALK 저해제 치료받은 환자까지 포함해 로비큐아 2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2세대 ALK 저해제를 포함한 1개 이상의 ALK 저해제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로비큐아는 객관적 반응률(ORR) 47%, 두개내 객관적 반응률(IC-ORR) 63%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로비큐아의 국내 허가 사항은 '이전에 알렉티닙 또는 세리티닙을 1차 ALK 저해제로 치료받은 경우 또는 크리조티닙 및 적어도 다른 1개의 ALK 저해제로 치료받은 경우'로 돼 있다.  


허가사항이 이렇게 돼 있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화이자는 식약처와 FDA의 로비큐아 허가 신청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이 시기는 알룬브릭이 FDA로부터 1차 치료제로 허가되기 전이었다.  


따라서 로비큐아의 허가사항에 알룬브릭은 제외된 것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보다는 시간적 엇갈림이 있었다고 해석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크리조티닙 대비 나은 데이터를 증명한 알레센자와 알룬브릭이 앞으로 더 많이 1차로 처방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그 전까지 크리조티닙만을 대조군으로 해 임상이 진행됐지만, 후속 치료제들은 알레센자와 알룬브릭과 비교될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치료 옵션이 제공되면 그만큼 선택권은 넓어진다. ALK 폐암도 다양한 방향으로 치료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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